국민의힘 ‘투톱’ 김종인·주호영 가덕신공항 폄훼 ‘도 넘었다’

입력 : 2021-01-24 19: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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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종인(왼쪽)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시민 숙원에 훼방 놓으면서 표 달라고 하는 건가.”

국민의힘 ‘투톱’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연이은 가덕신공항 폄훼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부산·울산·경남(PK)을 핵심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PK 지역 최대 숙원 사업의 당위성을 부정하고, 2월 가덕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통한 신속 추진 방침에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다. 특히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지역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두 사람의 행태를 두고 당 내부에서조차 “‘부산은 어떻게 해도 이긴다’는 오만한 발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잇단 헐뜯기 발언 ‘일파만파’

지역 최대 숙원사업 부정에

“부산선 어떻게 해도 이긴다”

당내조차 지도부 오만 성토

시장 후보들도 쓴소리 쏟아 내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덕도 공항 하나 한다고 부산 경제가 확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가덕신공항은 부산 경제 회생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지만, 가덕신공항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이던 평소 태도가 또다시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두고 부산 지역 반발이 거세지자 하루 뒤에는 “(신공항을)깎아내리는 발언이 아니다”고 했지만 “여당에서 신공항 특별법을 한다는 것은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여당의 정치적 노림수를 비판하면서 특별법 처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거듭 피력했다.

주 원내대표는 역시 22일 더불어민주당의 가덕신공항 특별법 2월 처리 움직임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하는 악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과거 인천국제공항도 ‘수도권 신공항 건설 촉진법’이라는 특별법을 통해 추진됐고, 가덕신공항의 경우 과거 선행된 조사가 다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역 사업에 대한 전형적인 반대 논리만 답습한 것이다.

대구가 지역구인 주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대항할 만한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중앙당에서)논의하는 게 없다”며 지극히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은 지난해 말 국민의힘 부산 의원 15명이 전원 합의해 민주당보다 먼저 발의했고, 최근 부산시장 보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PK 최대 숙원으로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 투톱이 소속 의원은 물론 지역 여론까지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TK(대구·경북)에서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론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고, 밀양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하는 등 가덕신공항 좌초에 혈안이 돼 있지만, 이를 방조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러니 ‘국민의힘=TK당’이라는 말이 안 나오겠느냐”며 “당 지도부가 보선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침을 뱉고 있는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참다못한 국민의힘 시장 후보들도 쓴소리를 했다. 박형준 예비후보는 지난 23일 “당이 가덕도 신공항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며 “지역적인 이슈로만 보지 말고 대한민국 전체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했고, 이언주 예비후보 역시 “(중앙당이 부산 선거에)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3선의 장제원(사상) 의원은 “신공항 문제를 비롯해 부산 경제 추락에 관한 중앙당 차원의 어떠한 정책적 지원도 없다”며 “체감으로도 부산 민심이 최근 들어 조금씩 돌아서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당 지도부에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다.

전창훈·이은철 기자 jch@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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