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역풍 맞게"…'여성 대신 소년병 징집' 청원에 동의하는 남성들?

입력 : 2021-04-21 13:40:17 수정 : 2021-04-22 09:4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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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여성 대신 소년병을 징집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논란인 가운데, 일부 남성들이 해당 청원의 동의를 주도하는 기이한 현상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징병 대신에 소년병 징집을 검토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현역 입영 자원이 부족하면 여성 대신에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을 징집하라"며 "이 정도 연령의 남성이면 충분히 현역병으로 복무가 가능하다는 걸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6.25 당시 학도병은 현재 남학생들보다 발육과 영양상태가 나빴음에도 충분히 병역의 의무를 수행했는데, 현재 남학생은 왜 못하냐"고 반문했다.

또 "각종 가부장적 악습과 유리천장, 높은 여성 대상 범죄율, 출산강요, 저임금으로 인해 대한민국 여성의 삶은 이미 지옥 그 자체"라며 "이젠 군역의 의무마저 지우려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죄이냐"면서 "저희는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청원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 확산되면서 큰 반발을 불렀다. 특히 남성 이용자가 많은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성들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는 한편 오히려 '청원에 동의하자'며 동참을 독려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의 청원이 많은 동의를 얻게 될수록 여성계와 페미니즘 진영이 큰 비판을 받는다는 이유다. 이날 여러 남초 커뮤니티에는 해당 청원을 언급하며 "가서 동의해줘야 페미가 역풍을 세게 맞는다" 등 청원에 동참하자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날 한 커뮤니티에는 '소년징병 vs 여성징병 대결구도 프레임 만들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 A 씨는 이날 오전 4시 25분께 해당 청원을 캡처한 사진을 공유하며 "프레임을 저렇게 짜버리면 '여성징병을 해야되냐, 안해야 되냐'보다 '여성징병과 소년징병 중 어떤게 더 타당한가'로 프레임이 짜인다"며 "이렇게 되면 여성징병이 당연하게 되는 흐름으로 가버린다"고 적어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해당 청원의 작성자가 남성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A 씨가 공유한 사진 속 청원 동의자가 1명에 불과한 점을 두고 "동의자가 한 명이면 그냥 자기가 쓰고 가져온 것 아니냐" "청원 (동의) 1명이면 자기가 쓴 건데 ㅋㅋ" 등 댓글이 이어졌다.

이에 A 씨는 글을 삭제한 뒤 이날 추가로 글을 올려 "저 청원은 내가 올린 것이 아니고 동의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동의자가 1명인 상태의 캡처 사진은 이날 오전 0시 38분께 다른 스포츠 관련 커뮤니티에도 등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글을 올렸을 때보다 약 4시간 앞선 시점이다. 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B 씨는 '드디어 미쳐버린 소년병 징집 청원 등장'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해당 청원을 캡처한 사진을 공유했는데, 사진 속 청원 동의자 역시 1명인 상태다.

다만 이 글이 최초의 관련 게시물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조작 의혹에 대한 진위 확인도 어려운 상황이다. 키워드 검색 노출을 허용하지 않도록 설정한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서 해당 캡처 이미지가 먼저 올라왔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청원 동의자가 1명인 상태로 캡처되어 올라온 '소년병 징집' 청원 비판 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청원 동의자가 1명인 상태로 캡처되어 올라온 '소년병 징집' 청원 비판 글.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한편 지난 19일 올라온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 청원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재 1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과거에 비해서 징집률이 높아져 군 복무에 적절치 못한 인원들마저 억지로 징병대상이 돼버리기 때문에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 또한 대상에 포함해 더욱 효율적인 병력 구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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