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기부를 살펴보면, 가등기라고 기재된 권리가 있다. 가등기는 장래에 행해질 본등기에 대비해 미리 그 순위 보전을 위해 하는 예비적 등기를 말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계약을 1월 1일에 했는데 잔금을 1월 31일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12월 31일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잔금기간이 길면, 계약한 부동산에 대해 근저당권이나 가압류 등이 설정되거나 경매가 진행될 수도 있으며, 매도인이 매수인 아닌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이전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등기를 설정하는데,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를 하여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면 가등기 이후의 모든 권리는 소멸된다. 이렇게 소유권을 취득하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설정하는 것이 순위보전을 위한 가등기라고 하며,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라고도 한다. 또한 근저당권처럼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하는 가등기도 있는데, 이를 담보가등기라고 한다.
이렇게 두 가지 종류의 가등기가 있는데,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는 등기부에서 선순위로 등기가 되어 있다면 말소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가 된다. 이렇게 인수되는 가등기권자가 본등기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면 낙찰자는 경매로 취득한 소유권을 잃어버리게 되는 위험한 권리이다. 하지만 담보가등기는 근저당권과 동일하게 취급되어 무조건 말소가 되므로 낙찰자가 부담하지 않는 권리이다. 이렇게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와 담보가등기는 성격이 다르지만 등기부에서 구분되지 않고 모두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로 취급된다. 경매절차에서는 경매법원이 가등기권자에게 우편을 보내 가등기를 설정한 원인이 돈을 빌려주고 설정한 담보가등기인지, 부동산을 매매계약하면서 설정한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인지 물어보는 최고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에 대해 가등기권자가 어떻게 답변을 하느냐에 따라 가등기의 취급이 달라지고, 낙찰자에게 인수되는지 또는 소멸되는지 결정된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에 빌라가 경매로 나왔다. 이 빌라는 감정가가 1억 원인데 5번이나 유찰되었을 뿐 아니라 2번 낙찰이 되었다가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다시 진행되는 재경매사건으로, 최저매각금액이 3200만 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렇게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다름 아닌 선순위가등기였기 때문이다. 이 가등기가 말소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되어 소유권을 취득하더라도 다시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어서 낙찰이 되지 않고, 낙찰이 되어서도 잔금을 납부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가등기를 확인해 보니, 빌라소유자와 가등기권은 가족관계였고, 소유자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며 담보로 가등기를 설정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등기는 담보가등기이므로 설령 경매절차에서 말소되지 않고 낙찰자에게 인수되는 권리라고 하더라도 인수되지 않고 말소되는 권리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 빌라를 4000만 원에 낙찰 받은 매수인은 가등기를 깔끔하게 말소시키고 정상적인 물건을 만들게 되었다.
이렇게 권리분석이 어려운 경매물건도 개념만 정확히 알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노일용 객원기자/부산경매전문학원 원장 mrau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