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 아날로그 감성을 담은 ‘사극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방송사들은 정통 대하사극부터 현대적 해석을 가미한 퓨전 사극까지 다채로운 사극물로 시청자 입맛 사냥에 나섰다.
이 작품들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어,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K사극’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궁중 로맨스를 그린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요즘 사극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회차인 25일 방송분은 시청률 14.3%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넷플릭스 인기 끈 ‘연모’ 이어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등
퓨전·정통 사극 시청자 호평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가볍지 않게 다루면서 주인공의 애틋한 로맨스를 적절하게 버무려 호평받고 있다. 시대 배경인 조선 영조 시대의 권력 관계를 잘 고증했고, ‘마마’ ‘마노라’ ‘자가’ 등 당대의 호칭을 정확하게 사용한 점이 높이 평가받는다. 또 주인공인 궁녀 ‘덕임’을 과거 여성 캐릭터의 수동성 대신 주체적인 인물로 변주한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5년 만에 부활한 KBS1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도 주목할 만하다. 최신 회차인 25일 방송분은 시청률 8.7%를 기록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이자 조선 건국에 기여한 이방원의 이야기를 다룬다.정치, 권력, 인간의 갈등을 골고루 다룬 이 드라마는 대선정국과 맞물리며 더욱더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연출을 맡은 김형일 PD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공적 가치에 기반을 둔 사람이 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열망을 작품에 조금이나마 반영했다”고 말해 주목받기도 했다.
20일 닻을 올린 KBS2 새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도 순항하고 있다. 첫 방송에서 시청률 7%대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월화극 1위에 올랐다. 현재 OTT 웨이브에서도 인기 프로그램 상위권에 자리할 만큼 반응이 좋다. KBS는 전작인 퓨전사극 ‘연모’가 최종회 시청률 12%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자, 다시 한번 주요 시간대 드라마로 사극을 편성하고 시청률 사냥에 나섰다. ‘연모’는 지상파뿐 아니라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콘텐츠 순위 톱10에 들며 흥행한 바 있다.
이러한 사극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엔 배우 이준·장혁 등이 나선 KBS 새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과 박형식·전소니가 호흡을 맞춘 tvN ‘청춘이여 월담하라’가 사극 열풍에 가세한다. 배우 김혜수가 출연을 검토하고 있는 tvN 드라마 ‘슈룹’도 왕실을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이다.
김헌식 평론가는 “최근 여성 캐릭터를 주체적으로 그린 퓨전사극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K사극은 OTT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어 콘텐츠 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는 추세”라고 봤다. 김 평론가는 “사극의 풍부한 스토리와 화려한 볼거리는 남녀노소에게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라면서 “역사고증 부분만 확실하게 뒷받침된다면, 앞으로 더 다양한 사극이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