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설명이 빠진 부분이 있다. 바둑판에서 부속물이라 할 수 있는 다리와 향혈(響穴) 이야기다.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동차를 살 적의 선택사양이라고 해 두자. 그러나 바둑판의 두께가 3치가 넘어가는 경우에는 보통 4개의 다리를 부착하고 무슨 꽃봉오리 비슷한 모양으로 큰 홈이 파진 부분이 있다. 그것을 향혈이라고 한다.
향혈 이야기를 좀 해보자. 8각 무늬를 본땄다는 얘기도 있고 고양이의 발 모양을 보고 만들었다는 '묘족설'이 있고 치자나무 열매를 보고 착안했다는 '치자설'도 있다. 치자는 일본에서는 구무(口無)라고 부르는데 '입이 없다' '입을 열지 마라'의 뜻이니 바둑에는 말이 필요 없다라는 뜻으로 쓰일 법하다.
또 하나 향혈은 '소리를 위한 통로'로서 바둑돌을 놓을 때 소리 울림을 위해 파 놓았다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다.
예전에는 바둑판의 뒷면이 지금처럼 평평하지 않았고 찐빵처럼 약간 부풀어올랐거나 약간 들어간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건조기술이 지금처럼 뛰어나지 못한 시절에 훗날을 위해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고 알려지는데 그것이 향혈과도 관계가 있다.
바둑판과 바둑알은 자신의 바둑실력에 걸맞게 사용하는 것이 일단 보기에 좋을 것이다. 기력이 아마 5단 이상 수준급 애호가가 문구점에서나 볼 수 있는 접는 바둑판을 비치한다는 것도 우스꽝스럽고 기력이 두자리 급수인 사람이 겉멋만 들어 5치쯤 되는 다리 달린 바둑판을 사용한다는 것도 우습다.
그러나 바둑을 좋아하는 것이 기력순서는 아님으로 해서 후자의 경우는 가보로 하나쯤 남겨 놓자는 의도라면 그것은 보기에도 좋은 일이다.
우리가 취미라고 친다면 평생 가는 취미가 바둑이므로 바둑판 한 세트쯤 가보로 물려줄 수 있는 좋은 것을 구입하는 것도 일리가 있는 생각이다. 비자나무 바둑판 5치쯤 되는 것에다가 조개바둑알,그리고 기회가 되면 이창호나 조훈현 등 고수의 사인을 한번 받아 보는 것이 어떨까. 돈으로 친다면 100만원이면 가능할 것 같은데 말이다. 다가오는 이 가을에 좋은 명품 하나 장만하심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