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매' 부부작가 지상월·소주완씨     

입력 : 2003-02-07 00:00:00 수정 : 2009-02-15 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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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창부수'… 작업 편해서 좋아요

'낮술 한잔하고 산책하면서 작품회의를 하면 만화가 술술 나옵니다.' 무협물 '붉은 매'로 유명한 부부만화가 지상월(그림)-소주완(스토리)씨의 얘기다. 지난 1992년 만화커플로는 보기 드물게 '분업체제'를 이룬 뒤 벌써 10년 넘게 '합작' 중인 이들. '붉은 매'가 대표작이지만 간간이 '피플''키키보이' 같은 작품들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보였다.

'붉은 매'는 무림을 주름잡고 황제자리까지 넘보는 악의 무리에 맞서는 형제의 이야기. 화려한 액션과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선보였다. 1부는 26권으로 나와 400만부나 팔렸고 2001년 시작된 2부도 벌써 8권째. 최근 '붉은 매'를 애장본(반디출판사 펴냄/3천원)으로 출간,다시 만화마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들 부부를 만나봤다.

부부는 마흔 셋 동갑내기지만 사제지간. 공교롭게도 아내 소씨가 대학을 3수하는 바람에 지씨가 운영하던 미술학원의 수강생이 됐고 10년의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사실 만화 같은 둘의 이름도 필명이다. 지씨는 김항배,소씨는 김성희가 본명. 지씨가 해적판으로 데뷔하던 때 필명을 쓴 것인데 아내마저 같은 운명을 따랐다고 한다.

지씨는 '다 지나간 얘기'라며 해적판에 손을 댄 건 순전히 생계 때문이었다고 털어놓는다. '결혼은 했는데 먹고 살 길이 막막했죠. 만화의 ABC도 몰랐고 주위의 권유에 의해 했죠. '드래곤 볼''쿵후보이 친미' 같은 인기작들을 많이 베꼈어요.'

초창기엔 지씨 혼자 만화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드래곤 볼'의 해적판인 '용의 아들' 때 소씨가 스토리를 한 번 쓴 게 호응을 얻었고 이후 함께 작업하게 된 것.

'붉은 매'는 여성작가들에게 난해한 무협장르.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씨의 스토리는 신경전과 심리전,음모를 엮어가는 과정 등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사극과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보고 SF나 무협액션 장르의 비디오도 빠짐없이 구해서 본 덕분'이라는 게 소씨의 설명.

특히 다른 무협물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용어들을 써 청소년 독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만명의 썩은 시체로 만든 것으로 해독제가 없다는 뜻의 만시부독(萬屍不毒),경공술의 한 종류로 쓰이는 답엽비연(踏葉飛燕) 등이 그가 만든 신조어들.

이들 부부는 여느 만화가와 달리 별도의 화실과 문하생을 꾸리지 않고 있다. 매주 돌아오는 마감이 빠듯하지만 '문하생 관리가 만화 그리기보다 어렵다'는 이유로 둘만의 작업을 고집한다.

'편해요. 출판사에서 스토리 수정을 요구하면 그날 바로 내용을 바꾸고 그림까지 마감해 버립니다.'(소주완)

과연 언제까지 '붉은 매'를 연재할 거냐는 물음에 이들은 '재미없다고 할 때까지 최대한 그릴 생각'이라고 말한다. '그게 예순이 될지 일흔이 될지 저희도 모르죠. 독자들이 사랑하는 한….' 배동진기자 djbae@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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