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덫 걸린 해군] <上> 공해상서 안보 잊은 채 '올인'

입력 : 2003-06-27 00:00:00 수정 : 2009-02-15 21: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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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한 함정 생활 심심풀이로 시작, 고리사채까지 동원·도박장 개설도

해군 함정에서 놀이문화의 일종으로 시작된 일부 장병들의 도박이 상습 도박으로 변질되면서 군 기강 해이,도박빚 등에 띠른 가정파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본보는 그릇된 해군 장병들의 상습 도박의 실태와 문제점,그리고 대안을 시리즈로 엮는다.

상습도박을 해오던 장교와 부사관들이 대거 적발된 해군 진해 작전사령부 등은 26일 쥐 죽은 듯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해군본부가 상습 도박 혐의 등으로 검거된 장교 4명과 부사관 37명 등 모두 41명 중 17명에 대해 강제전역을 위한 수순밟기에 착수했기 때문이란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일부 해군 장병들의 도박이 빠져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이들의 도박은 함정을 타고 망망대해에서 긴 시간을 보내야만 하는 숙명에서 비롯된 '삐뚤어진' 놀이문화의 하나이다.

해군 작전사령부의 한 영관급 장교는 '함정생활의 무기력함과 심한 배 멀미를 견디기 위해선 도박이 최상의 놀이문화'라면서 '그 중 해군훌라(카드놀이 일종)는 유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함정에서의 도박은 전 세계 해군의 공통 놀이문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취미성 함정내 도박이 육상에서까지 계속되고 거액의 판돈이 오가는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는데 있다.

41명의 장교와 부사관들의 소속이 대부분이 함정을 타고 바다를 지키는 작전사령부 소속 부대원들이었다. 이 상습 도박판에는 높은 이자율의 사채가 동원되고,일부 장병은 도박장을 개설하고,심지어 도박꾼들을 끌어 모으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적발된 한 부사관은 '함정에서 심심풀이로 시작한 도박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게 될 줄은 몰랐다'며 도박의 중독성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군 수사관계자는 전했다.

해군 기지사령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민간인 사체업자-조직폭력배 등 전문 도박꾼들이 '순진한' 해군 장교와 부사관들을 거액의 상습 도박판으로 유인한 것'이라며 '여기에는 도박으로 불명예 전역한 전 해군 장병이 창구 노릇을 했다'고 귀띔했다. 해군 헌병단 수사관계자도 '민간인 전문 도박꾼들은 도박사실이 적발될 경우 군 생활에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는 현직 해군 장병의 처지를 100% 악용했다'고 분석했다.

도박으로 검거된 모 부사관도 진술을 통해 '도박판에서 돈을 잃게 되고 결국 사채를 빌려 쓴 것이 화근이 돼 함정에서도 돈을 따 빚을 갚고 손을 씻을려고 했다'는 때늦은 후회의 심정을 밝혔다는 것.

진해 해군 부대 주변에서는 도박판 자금 비용 마련을 위해 사채와 카드빚으로 가정파탄의 위기를 맞은 일부 가정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육사령부 한 영관급 장교 부인은 27일 기자에게 '뿌리깊은 일부 해군 장병들의 도박 실상을 낱낱이 보도해달라'면서 '군 내부의 부패 개혁작업은 외부로 부터의 충격이 있어야만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문으로 해군 도박의 중독성을 강조했다. 황규석기자

hwang@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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