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보람] '세계 3대신화 테마파크 건립 꿈꾸죠'

입력 : 1970-01-01 09:00:00 수정 : 2009-01-13 23: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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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 작가 홍은영씨

최근 2~3년간 한국 출판계 최대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다. 지난 2000년 11월 '올림푸스의 신들'(제1권)이 출간되고 지난해 말 '오! 이타카 이타카'(제18권)가 나온 지금까지 족히 1천만권 이상은 팔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의 만화작가 홍은영(40·부산 금정구 장전2동)씨가 부산 토박이고,또 금정산 자락의 작업실에서 병마와 싸워 가며 작품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아는 이는 의외로 드물다.

'희귀한 난치병(베체트병)인데 지난 1999년 갑자기 발병했어요. 마침 '세기말'이라는 시대적 환경 때문에 그리스 로마신화를 만화로 그려보자는 구상을 하고 있을 때였죠. 앞이 다 캄캄하더군요. 그렇다고 중단할 수도 없고….'

스승이자 남편인 조영기(44)씨가 그의 작품 초안을 들고 이리저리 수소문해 서울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었다. 나름대로 자신은 있었지만 이런 '대박'이 터질지는 본인도,남편도,심지어 출판사 측도 몰랐다.

'그때부터 강행군이 시작됐어요. 작품이 시작되면 매일 새벽 두세시까지 거기에만 매달리는 성격 탓에 책 한 권이 마무리될 때쯤이면 체력이 바닥나기 일쑤였죠. 3년간 열여덟권이 나왔으니 두 달에 한 권씩 만든 셈이네요.'

그는 대학을 다니다 뒤늦게 만화작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때 찾아간 곳이 바로 남편 조씨의 작업실. '선천적으로 정말 뛰어난 감각과 소질을 가진 사람'이란 생각이 든 스승 조씨는 '최고로 만들어 주고 싶다'며 그를 아내로 맞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만화가의 길'을 신앙처럼 여기며 10여년을 보냈다. 정통 회화부터 카툰 캐리커처 등 만화와 관련 있는 장르라면 공부를 가리지 않았다. 우리 만화계에 퍼져 있는 '일본 풍(風)'을 벗고 '우리 것',즉 새로운 캐릭터를 찾아내 보자는 오기도 발동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바로 '만화로 보는…'에 나오는 신들 캐릭터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세계 시장을 두드릴 우리만의 독특한 무기가 나온 셈이죠.'

그는 이에 따라 올 2월부턴 중국에도 '만화로 보는…'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 출판사상 외국 만화로는 처음으로 컬러판으로 제작된 그의 작품은 아직 4권까지밖에 안 나왔지만 인기는 벌써 기대 이상이다.

'올해 안에 그리스 로마신화를 20권까지 다 마무리지으면 내년부턴 중국 고대 신화를 시작할 생각이에요. 중국 신화에 어쩌면 동양 문명의 뿌리가 담겨 있는지 모르죠. 그 다음엔 중동의 수메르신화도 하고 싶은데…. 하지만 자꾸 마음이 급해져요. 갈수록 몸이 예전과 같지 않으니….'

그는 '이 작업들을 모두 완료하면 부산 인근에 이들 3대 신화를 소재로 한 대규모 테마파크를 건립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역시 만화가였던 월트 디즈니의 꿈이 디즈니랜드로 현실이 된 것처럼 말이다. 윤성철기자 cheol@b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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