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태권도협회(이하 부태협)의 일부 고위간부들이 승품·승단 심사에 조직적으로 개입,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부태협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이와 관련,일부 부태협 원로들과 전직 간부들은 "승품·단 심사비리는 부태협의 고질적 병폐로 최근까지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진정서를 지난 8월 사법당국에 제출했다.
본보 취재진이 입수한 2005년 5월 25일자 부태협의 '심사조정위원회 의결록'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열린 제2회 승품·단 심사에서 심사부위원장인 J씨와 심사분과위원 K씨가 현 협회 이사 L씨의 부탁을 받고 1단 승단심사에 불참한 응심자 2명을 참가한 것으로 조작했다. 현 부태협 이사이자 채점위원인 K씨와 N씨,H씨도 L이사의 부탁을 받고 문제의 불참 응심자 2명의 채점표에 점수를 기록,합격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부위원장 J씨는 또 친동생이 운영하는 도장의 1단 응심자 1명이 불참하자 같은 방법으로 합격처리했다. 부태협의 원로관장 L씨도 또 다른 채점위원 L,K,J씨에게 청탁,불참한 4품 응심자 2명의 채점표에 점수를 조작기재하는 방법으로 합격시켰다.
심사조정위원회 의결록에는 이 밖에도 채점위원들의 채점기록 누락 및 오기 등 불투명한 일처리로 응심자 17명이 탈락처리되는 등 지난해 4월 열린 승품·승단심사에서만 13명의 협회 관계자들이 연루돼 응심자 22명의 합격·불합격 판정이 뒤바뀐 것으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부태협은 자체조사를 통해 사건 전모를 파악하고도 심사 부정에 연루된 관계자들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고 구두 경고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수법으로 빈번히 이뤄져 위험수위에 오른 승품·단 비리 근절을 위해 상벌위 규정에 따라 엄격히 처리해야 한다'는 협회 사무국의 권고도 무시됐다.
특히 이 파문 이후에도 일부 태권도인은 부태협의 승품·단 심사부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의혹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8월부터 부태협 고위간부 동생이 운영하는 도장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 부산 D체육관의 경우 지난해 10월 9명이 승품·단 심사에 응시해 6명이 떨어졌고,지난 1월 심사에도 14명이 응시해 5명이 떨어졌다. 또 부태협과 갈등을 빚다 제명된 인사가 운영하는 또 다른 D체육관도 평균 14%의 높은 탈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D체육관 관장은 "승품·단 심사의 평균 합격률은 95% 이상이며 실제 부태협과 갈등을 빚기 전에는 4차례 24명이 응시해 모두 합격했다"며 "보복성 심사 의혹이 높아 올해 2월부터는 직접 국기원까지 올라가 심사를 받고 있는데 아직까지 떨어진 응시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태협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심사에서 일부 협회 인사들에 의한 부정과 실수가 있었으나 심사조정위를 통해 기록을 바로 잡았으므로 상벌위에 회부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D체육관 등의 응시자들은 실력이 모자라 떨어진 것이지 손봐주기 식의 심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진국·박태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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