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 금정터널 공사가 최종 관통을 눈앞에 둔 가운데 터널과 터널 사이를 가로지르는 터널 굴착이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곳은 경부고속철 금정터널의 북구 만덕동 구간으로 위로는 만덕1터널, 만덕2터널(상, 하행), 아래로는 지하철 3호선이라는 4개의 터널 120m 구간을 가로질러 관통하는 곳이다.
이 구간은 경부고속철 14-2공구(금정구 구서동~부산진구 양정동 9.97㎞)의 중심부분으로, 터널 및 교량 전문건설업체인 ㈜태아건설이 맡아 시공했다.
태아건설은 연제구 거제동 아시아드 보조경기장 뒤편 사갱에서 서울방면으로 2천m를 파고 들어간 지난해 12월 만덕2터널 상·하행 터널과 부산지하철 3호선 만덕~미남역 사이를 지나게 됐다.
금정터널의 위치가 평균 지하 60~80m이고 가장 깊은 곳은 지하 200m에 달하는데, 이 구간에서는 만덕2터널에서 불과 17m 아래, 부산지하철 3호선에서 36m 위를 지나게 돼 국내에서는 보기드문 난공사였다. 그만큼 사고의 소지가 높은 아슬아슬한 공사였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발파를 위해 '선대구경(先大口經) 수평보링공법'이라는 특수공법이 동원됐다.
아래, 위 터널에 영향이 없도록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너비 13m, 높이 11m 크기의 터널 암반 단면에 특수장비를 이용해 지름 300㎜, 길이 50m의 큰 구멍(대구경)을 뚫은 것.
이어 큰 구멍 주변에 지름 45㎜, 길이 1.2m의 작은 구멍 150개를 연이어 뚫은 뒤 구멍당 0.49㎏의 폭약을 넣어 발파를 했다. 큰 구멍이 폭약이 장전된 작은 구멍의 발파 때 진동과 소음을 흡수하는 방식이다. 발파 후에는 깨진 바위덩어리 사이에서 점보드릴을 이용한 굴착작업이 이어졌다.
통상 일반 터널 굴착 때는 큰 구멍을 뚫지 않고 곧바로 이보다 3배 정도 긴 지름 45㎜, 길이 3.5m 크기의 중간 구멍 170여개를 뚫어 구멍당 1.5㎏의 폭약을 넣고 발파를 하게 된다.
따라서 북구 만덕동 통과 구간에서는 아래 위 만덕1, 2터널과 지하철 3호선 터널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세심한 신경을 기울이면서 일반 터널 굴착 때보다 값비싼 장비가 투입되는 것은 물론 공사 기간이 3배 이상 걸려야 했다.
태아건설 백대종 현장소장은 "일반 구간은 하루 두 번 발파로 보통 7m씩 파고 들어가는데 이 구간에서는 발파 구멍길이도 짧게 하고 폭약의 양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조심조심 하루 2m씩 굴착작업을 했다"며 "이로 인해 만덕1, 2터널 120m 구간을 지나는 데 두 달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여기다 선대구경 특수장비를 한 번 임차 사용하는 데 3천만원이나 들어 120m 구간에 장비사용료만 약 1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고 덧붙였다.
태아건설 김태원 대표이사는 "금정터널 구간 중에서 태아건설이 가장 긴 5천여m를 굴착하게 된 데는 대당 13억원을 호가하는 컴퓨터 장착 굴착용 점보드릴 4대를 자체 보유한 데 힘입은 바 크다"며 "별 민원이나 사고없이 터널과 터널 사이에 고속철 터널을 여유롭게 뚫는 진기록을 세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박찬주 기자 chanp@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