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태권의 문학 뒤집기] <11> 쌍화점(雙花店)은 남녀상열지사?

입력 : 2009-03-14 16:40:00 수정 : 2009-03-19 0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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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적 가사는 일반적 해석 '여성의식의 깨어남'분석도

얼마 전 '쌍화점(霜花店)'이란 제목의 영화가 극장가를 강타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을 제대로 보낸 분이라면, '쌍화점(霜花店)'이 아니라 '쌍화점(雙花店)'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품음 직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래의 원 제목은 '쌍화점(雙花店)'이 맞다. 그런데도 왜 감독은 굳이 '쌍 쌍(雙)'자가 아닌 '서리 상(霜)'자를 사용했을까. '쌍화(雙花)'란 '상화(霜花)'의 음역으로서 호떡 혹은 만두의 뜻을 지닌다고 보면, 보다 원음에 충실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였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여주인공이 지닌 비련의 이미지와 처연한 느낌의 '서리'가 더 어울린다고 여긴 때문일까.

약간의 상식만 지니고 있어도, 이 노래가 조선 성종 때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의 대표 격으로 취급되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요의 내용까지 아는 분들은 의외로 드물다. 하긴 그 내용이란 것이 대충 살펴봐도 시험과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내용까지 자세히 일러주는 선생님은 드물었을 터이다.

3절에서 표현한 시적 화자의 문제인식 등을
미루어보면 사회비판적 측면과 함께
'여성 의식의 깨어남'이란 접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 주연 배우가 부른 노래로 내용이 알려지긴 했지만, '악장가사(樂章歌詞)'에 전하는 가사의 1절만 살펴보자.



雙花店에 雙花 사라 가고신 / 回回 아비 내 손모글 주여이다/ 이 말미 이 店밧긔 나명들명/ 다로러거디러 죠고맛감 삿기 광대 네 마리라 호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 긔 자리예 나도 자라 가리라/ 위 위 다로러 거디러 다로러 / 긔 잔 티 거츠니 업다



현대어로 해석하자면 '만두집에 만두 사러 갔더니 회회아비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소문이 가게 밖에 나며 들며 하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마한 새끼 광대 네 말이라 하리라.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중략) 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 없다' 쯤이 될 것이다.

지면 관계상 1절만 소개했지만 모두 4절로 된 이 노래를, 당시의 퇴폐적인 성윤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음사(淫辭)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는 조선조의 유교적 관점에 입각한 해석일 수 있다. 물론 이 노래가 고려 충렬왕 때 극도로 퇴폐적인 향연에서, 왕이 미소년들과 어울려 가무를 즐길 때 불렀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3절에서 봉건시대의 금기(禁忌)이던 왕궁을 우물로, 제왕을 용(龍)으로 표현한 점, '그 잔 데 같이 답답한 곳 없다'는 시적 화자의 문제인식, 엄격한 유교적 분위기 속에서도 조선 중기까지 생명력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불리어졌다는 점 등으로 미루어보면, 사회비판적 측면과 함께 '여성 의식의 깨어남'이란 접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려 때 주둔한 몽고군 혹은 돌궐 계열의 외국 군인으로 해석되는 '손목을 쥐는 회회(回回)아비'의 경우 또한, 외국 군인이나 군대에 대한 반감의 표현으로 볼 여지도 있지 않을까. 편견과 관념과 관점은 깨어지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소설가 monster-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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