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나요? 아이의 행동을 탓하기 전에 감정을 먼저 받아주세요." 부산시서부교육청 위(WEE·We(우리)+Education(교육)+Emotion(감정))센터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HD가족클리닉 최성애 원장(미 시카고대 인간발달학 박사)은 "부모가 바뀌어야 아이가 바뀐다"며 "감정코칭형 부모가 되라"고 조언했다. 감정코칭 교육을 하면 아이의 문제 행동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학교 성적이나 교우 관계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축소전환·억압·방임형 부모, 인성에 악영향
자녀 감정 함께 느끼고 문제 해결방향 안내를
·당신은 어떤 부모인가?
아이의 문제 행동도 부모의 태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최 원장의 말이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존 가트맨 박사는 부모의 유형을 축소전환형, 억압형, 방임형, 감정코칭형 4가지로 분류한다. 최 원장은 부모의 유형에 따라 아이의 성향도 결정된다고 말했다.
혹시 당신의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좋아하지 않는 일에도 좋은 척 자신의 감정을 꾸미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축소전환형 부모일 가능성이 크다.
축소전환형 부모는 아이가 느끼는 분노, 두려움, 슬픔 등 부정적 감정을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이가 슬퍼하거나 화가 나 있으면 당장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겉보기에는 매우 자상한 부모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 가야할 아이가 엄마와 헤어지기 싫어서 울음을 터뜨렸을 때 축소전환형 부모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은 아이의 감정 자체를 받아주기보다는 "울지마, 엄마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혹은 "유치원 다녀와서 주말에 놀이공원 가자"는 말로 아이의 기분을 달랜다.
이런 부모 아래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기 위해 지나치게 과장을 하거나 사소한 감정은 숨기는 식의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자라서는 불안 심리를 먹는 걸로 풀거나 욕구 불만을 쇼핑으로 채우는 식의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부모 유형은 억압형이다. 억압형 부모는 자녀가 부정적인 감정을 보일 때 비난하거나 벌을 준다. 아이가 혼자 자는 것이 무섭다고 하면 "뭐가 무섭다고 난리야?"라며 오히려 아이를 야단친다. 슬픔, 두려움, 분노 같은 감정은 아이에게는 견디기 힘든 것인데 이를 어른의 기준으로 묵살하는 것이다. 아이는 결국 감정에 대한 대처법을 배울 기회를 잃게 된다. 따라서 아이는 정서적으로 미숙하거나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게 된다. 술, 담배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세 번째는 방임형 부모다. 자녀의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전적으로 받아주지만 이에 대해 적절한 지도를 해주지는 못한다. 자녀에게 화가 나거나 슬플 때 어떻게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는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사회성이 낮고 자기 중심적이다. 공주병, 왕자병, 왕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감정코칭형 부모가 되라!
최 원장이 이상적인 부모로 꼽는 유형은 감정코칭형 부모다. 자녀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도록 도와준다. 자녀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방향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아이의 감정을 수용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어느날 아이가 쿵쾅거리며 집에 들어와 책가방을 내던졌다고 치자. 보통 부모라면 "너 그게 무슨 행동이야? 엄마, 아빠한테 인사부터 하고 얌전히 들어와야지"라고 꾸중을 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을 탓하기 전에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줘야 한다.
아이는 지금 화가 난 상태다. 그래서 자신의 감정을 알아달라며 씩씩거리며 집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 부모가 자신의 감정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야단부터 친다면 아이의 화는 더 커질 것이다.
그때부터 악순환이 시작된다. 부모의 꾸지람에 속이 상한 아이는 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부모는 아이의 나쁜 버릇을 가만히 두면 안 될 것 같아 "문은 왜 그렇게 닫아? 너 다시 나와 봐"라고 큰소리를 칠 것이다. 아이는 아이대로 짜증이 나서 "엄마, 아빠는 맨날 나만 뭐라고 해" 혹은 더 심하게 "에이, 재수 없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부모는 다시 반항을 한다는 둥, 말버릇이 나쁘다는 둥 화를 내게 되고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감정코칭형 부모라면 아이의 감정 상태부터 인식한다. 그리고 천천히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우리 아들(딸) 화가 많이 났나 보구나." "네." "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선생님이 나만 미워해요." "왜 그렇게 생각해?" "난 숙제 해갔는데 선생님이 단체로 벌을 세웠어요." "억울했겠다." "네." "그래서 어떻게 했어?" "선생님께 나는 숙제 했는데 왜 같이 벌을 서야 하냐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이 나를 더 야단치셨어요." "그래서 속상했구나." "네. 화나고 창피했어요."
만약 아이가 선생님께 미움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말썽을 피운다면 대화를 통해 행동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생각해 봐, 학교에 안 가면 네가 좋아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만나지?"라고 묻고 아이의 대답을 듣는 식이다.
최 원장은 가트맨 박사의 이론에 따라 감정코칭의 5단계로 △아이의 감정을 인식하기 △아이의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을 친밀감 조성과 교육의 기회로 삼기 △아이의 감정이 타당함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경청하기 △아이가 자기 감정을 표현하도록 돕기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선도해 주기를 제시했다.
최 원장은 "클리닉에 온 남학생 중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에 컴퓨터에도 중독된 초등학생이 있었는데 부모에게 감정코칭법을 알려준 뒤 성적도 하위권에서 중상위권으로 오르고 행동도 개선됐다"며 "아이의 문제 행동을 고치려면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자영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