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에 불자들이 이슬람사원으로 간 까닭은?"
부처님 오신날인 지난 2일 부산 금정구 남산동 이슬람부산성원(이하 부산성원)의 모스크 첨탑 아래에서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사원 앞마당에 염주가 걸린 자동차들이 대거 주차됐고, 간간이 불경 소리도 흘러나온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부산성원측에서 인접 사찰인 안국선원 신도들이 주차장으로 쓸 수 있도록 앞마당을 개방한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안국선원과 부산성원은 2개 차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불과 20m 거리에 떨어져 있는 '이웃사촌' 사이다. 일반 가정집들이라도 이렇게 가까이 있다 보면 소소한 다툼이 생길 법한데, 저마다 절대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종교집단이라면 마찰의 소지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안국선원과 부산성원은 올해로 4년째 '아름다운 동거'를 해오고 있다. 큰 축제를 치를 때마다 서로 주차장을 내주며 이웃간의 정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오신 날·라마단 때 주차장 공유
이슬람 거리에 연등 설치 흔쾌히 수락
부산성원은 2006년부터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안국선원 신도들에게 주차장을 내주고 있다. 안국선원이 신도 수만 4만여명에 이르는 대형사찰이지만 주차장이 좁아 차량 150대만 주차하고 나면 꽉 차버리기 때문. 지난 2일 부처님오신날에도 7천명의 신도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때 부산성원은 40대 정도를 댈 수 있는 성원의 앞마당을 선선히 개방했다.
부산성원의 이종억 이맘은 "예배가 없는 날 놀고 있는 앞마당을 내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조용히 진행해 왔는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최근 고마움을 표해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우리가 더 고맙다"고 몸을 낮췄다. 지난 4일 한 불자는 부산성원을 찾아와 차를 전달하고 가기도 했다.
이에 앞서 부산성원측은 이슬람 상징물이 설치돼 있는 성원 앞 '이슬람 거리'에 연등을 설치하는 데 대해서도 흔쾌히 수락했다, 이슬람교는 '관용의 종교'이며 타종교의 큰 행사가 있는 날에 편의를 봐주는 건 무슬림으로서 옳은 행동이라는 게 이종억 이맘의 부가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동안 '이슬람거리'에는 사막과 모스크가 그려진 이슬람풍 벽화와 불교식 붉은 연등이 공존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화답해 안국선원도 2007년 9월부터 라마단 마지막날에는 선원 주차장을 이슬람 신도들에게 내주고 있다. 안국선원의 은암거사 홍보운영팀장은 "평소에도 부산성원과 떡도 나눠먹으며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라마단 기간에는 우리 주차장을 이슬람 신도들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불자들이 오히려 더 좋아하며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정·황석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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