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일상으로 돌아가 잘 지내고 있으니 이제 가족 걱정하지 말고 편히 눈을 감으세요!"
지난 2009년 11월 14일 일본인 관광객 10명과 한국인 5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부산 중구 신창동 가나다라 실내사격장 화재 참사. 오는 14일이면 벌써 2주기가 된다.
일본 측 '피해자 가족회' 소속 유족 20여 명은 12일 오후 2시께 사격장 건물 앞에서 추도행사를 갖는다. 지난해 1주기 때 추도식 및 합동위령제를 가진데 이은 두 번째 추모 행사다.
일본인 유족들은 이날 저녁에는 한국인 유족회 측과도 만나 동병상련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또 유일한 생존자인 가사하라 마사루(38) 씨는 14일 오전 자신의 화상치료를 담당했던 부산 사하구 장림동 하나병원도 방문해 당시 의료진에게 감사의 인사도 할 예정이다.
'일본인 피해자 가족회' 시마다 준타(37) 사무국장은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 순간이 남은 현장에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 때문에 모두 함께 다시 오게 됐다"며 "유족들이 언제까지나 슬픔에 빠져 있지 않고 지금은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말라는 얘기를 희생자들에게 해주고 싶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한국 측의 보상금이나 후속 조치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는 유족은 없다"고 전하면서 "희생자들 덕분에 스프링클러 등 안전조치가 강화되고 이 때문에 안심하고 일본인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갈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제 화재참사 이후 민간 사격장들의 안전 기준이 강화되자 떠났던 일본인 관광객이 되돌아오면서 부산지역 3곳의 사격장은 활기를 띠고 있다.
안전기준 강화 조치에 따라 사격장들은 화재에 대비한 방염·방음벽과 방폭등, 휴대용조명등, 사격장 내 CCTV 등의 안전 설비를 갖췄다. 소방당국과 경찰도 수시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하며 사격장 내 안전 수칙 준수여부와 시설물 상태 등을 정기적으로 살피고 있다.
한편 전체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까지 주춤하게 만들었던 가나다라 실내사격장 참사 현장은 건물주가 수감되면서 방치돼 사고 이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폐쇄된 상태이다.
11일 오후 찾은 가나다라 사격장은 입구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다. 출입문 입구는 노점상들이 차지했고, 시끌벅적한 시장통 인파 속에서 2년 전 끔찍했던 그 날의 기억은 잊혀가는 듯 보였다. 다만 일본어로 새겨진 간판과 너덜너덜한 현수막만이 이곳이 사격장이었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영도관광사격장'의 이연욱(61·여) 사장은 "사격장이 안전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인 관광객의 사격장 방문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일·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