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은 안방극장의 훈기 덕분에 버텼다'는 말이 있다. '지난 두 달간 수요일을 기다리는 낙으로 살았다'는 이들도 있다. 벌써 '훤을 못 보면 무슨 낙으로 사느냐'는 푸념이 SNS에서 발견된다. 이쯤 되면 눈치챘을 것 같다. 바로 MBC 수목 극 '해를 품은 달'에 관한 이야기이다.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드라마'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을 얻은 '해를 품은 달'이 최종 결말만을 남겨두고 있다. MBC 파업으로 목 빠지게 기다렸던 최종 결말을 보지 못한 시청자들의 갈증은 더 심해졌다. '수요일만 기다렸는데…'라는 절규까지 들린다. 아쉬움이 많은 이들을 위해 '해를 품은 달'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와 예상되는 결말 시나리오를 전한다.
'멋진 왕' 김수현, 광고계 러브콜 쏟아져
명품 아역들 역시 드라마·CF로 바쁜 몸
연우 역 한가인은 연기력 논란 마음고생
양명군·설의 죽음, 죗값 치르는 민화공주
훤과 연우 재결합 등 결말은 원작 비슷할 듯
■'해를 품은 달',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지?
우선 제작진조차 예상하지 못한 '해를 품은 달'의 인기 비결을 파헤쳐보자. '해를 품은 달'의 인기 중심에는 탄탄한 대본과 치밀한 연출이 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를 소개할 때 '누가 출연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인기 드라마들의 바탕에는 내공이 탄탄한 연출자와 작가의 조합이 있다. '해를 품은 달' 역시 지난해 '로얄 패밀리'로 수준 높은 미스터리 멜로를 선보인 김도훈 PD가 있다. 김 PD는 "구성이 치밀한 대본을 보는 순간 15~20%의 시청률은 기본으로 나올 것 같았다. 여기에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더하면 되겠다"고 했다. 김 PD는 무엇보다 대본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본은 오랜 준비의 산물이다. 제작사 팬 엔터테인먼트는 '해를 품은 달'의 준비 기간을 4년이라고 말하고 있다. 몇 달 안에 준비가 끝나는 드라마 시장에선 보기 드문 준비 기간이다. 제작사는 2008년부터 출판사와 드라마 판권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고, 4년간 기획, 각색 작업을 했다. 대본을 맡은 진수완 작가는 2011년 한해를 꼬박 '해를 품은 달' 각색 작업을 하느라 보냈다고 한다. 원작 자체도 매력있는 작품이지만, 품이 많이 들어간 각색 덕분에 원작에는 없는 극적 장치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원작에는 어린 훤과 연우가 만나는 장면이 없지만, 드라마에선 이들 두 사람이 대면을 하고 사랑에 빠지는 장면을 로맨틱하게 표현했다. 원작은 왕이 된 훤이 잠행을 나오는 것부터 시작하지만, 드라마는 어린 시절부터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어내 시청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었다. 원작에 없는 인물인 성수청 무녀 아리를 등장시켜 연우와 도무녀 장씨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만든 것도 돋보인다. 도무녀 장씨를 원작보다 젊게 그려 긴장감을 높인 전략도 주효했다. 중전 윤씨를 좀 더 입체적으로 묘사한 것도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해를 품은 달'은 사극이지만 골치 아픈 정쟁이 아니라 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도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요소다. 이런 구도는 사극의 옷을 입었지만, 시청자들이 익숙한 현대극의 이야기 전개를 사용하는 기반이 되었다. '일하는 남자가 멋있다' '형광등 천 개를 켜 놓은 아우라'같이 현대극에 등장하는 대사들을 선보인 것도 재치가 엿보인다.
■아역배우부터 김수현까지 출연진 대박 났네!
'해품달' 인기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김수현이다. 제작진 역시 '해품달' 인기의 반 이상은 김수현이 해낸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김수현이 주인공으로 결정됐다는 말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드림하이'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긴 했어도, 김수현이 한 번도 성인 역할을 한 적이 없었다. 사극 경험이 전혀 없는 김수현을 선택했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또 굵은 눈썹, 얇은 쌍꺼풀, 큰 눈망울에서 느껴지는 미소년적 이미지는 그동안 봐왔던 사극의 왕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김수현은 걱정하는 이들이 보란 듯이 그만의 독특한 왕을 표현했다. 신하에겐 냉철하고, 백성에겐 자애롭고, 사랑하는 이에겐 한없이 순애보적이며, 친한 이에겐 익살도 부릴 줄 아는 멋진 왕이 탄생한 것이다. 김도훈 PD는 "김수현을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그 자신이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해 첫 촬영부터 완벽하게 왕이 되어 있었다"고 칭찬했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현재 김수현에겐 광고계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데, 드라마 일정이 끝나면 십여 개의 광고에서 김수현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