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는 어떤 대접 받았을까?

입력 : 2012-05-04 09:16:00 수정 : 2012-05-04 16: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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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가 시모노세키에서 대접받았던 요리 553선 가운데 이선 요리를 재현한 모형.

조선통신사는 1607~1811년 200여 년간 모두 12회에 걸쳐 일본에 파견됐다. 일본 막부는 이 가운데 11회를 시모노세키에서 조선통신사를 맞이하는데, 1711년 8번째 통신사가 방문했던 때 '지역 제일의 진수성찬'이라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최고 요리를 내놓는다.

일본은 통신사 일행의 식사 때는 3사(정사, 부사, 종사관)를 직접 대접했는데 3사에 대한 요리 대접은 통신사의 배가 시모노세키에 도착한 밤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때 제공되는 요리가 오오삼(553)선(膳). 553선은 본선, 이선, 삼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본선과 이선에는 각 5가지(품)의 나물, 삼선에는 3품의 나물이 들어갔다고 한다. 초기엔 칠오삼(753)선의 요리가 있었지만, 예산 감소로 553선의 요리로 조정됐다.


일본 시모노세키 접대 요리 모형전

553선 요리·시마다이 장식 등 재현


753선이나 553선은 의전용 본전요리의 최고급으로 다만 예를 갖추기 위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먹지는 않고 보기만 하는 의식용 음식이었다고 한다. 손님을 접대할 때 한국에선 구첩, 칠첩, 오첩 반상이 있다면, 일본에선 다분히 의식용이긴 하지만 753선, 553선이 있는 셈이다.

조선통신사 역사관(부산 동구 범일동)은 조선 중기 일본을 방문한 조선통신사가 시모노세키에서 대접받았던 요리를 재현한 '조선통신사 요리재현 모형전'을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는 시모노세키 종이인형 작가인 후지이 히사코(72)가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지점토와 견직물을 사용해 제작했다. 견직물을 음식재료의 색으로 물들이고 실제 거북이 발이나 새우껍질을 사용하는 등 실물과 비슷하게 제작했다.

허장수 부산문화재단 국제문화교류 팀장은 "시모노세키를 방문한 조선통신사 일행에게 대접한 최고 향응 요리인 '나가토하지관 진수성찬'을 바탕으로 553선을 재현한 모형으로 시모노세키시에서 임시로 빌려 와 전시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당시 일본 음식문화와 통신사의 위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관 입구 전시장엔 도미회와 생선구이 절임 요리, 매화와 황밤설탕조림의 5품과 우엉, 무, 표고버섯, 생선 경단을 넣은 국과 밥으로 꾸며진 본선 요리부터 이선, 삼선 요리가 전시돼 있다. 또 경사스러운 인형을 장식해 요리와 함께 나오는 장식물인 '시마다이', 복숭아와 잡초, 갈대로 장식한 안주 받침대인 '오사에' 등도 볼 수 있다. 삼선 요리 중에는 왕새우, 소라, 오리(혹은 닭고기)도 눈에 띈다.

조선통신사에 대한 에도 막부의 대접은 당시 일본 재정을 압박할 정도로 융숭했다. 그 비용이 막부 1년 예산의 절반에 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통신사 일행이 머무는 일본 각 지역에서는 최고의 진수성찬이 차려지게 됐다. 글·사진=정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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