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철의 맛있는 과학] 강간, 임신 가능성 2배는 사악한 재생산 전략 때문?

입력 : 2012-11-09 16:36:19 수정 : 2012-11-09 1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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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성폭행(강간)이 합의하의 성관계보다 임신 가능성이 2배나 높을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강간피해자의 6.4%가 임신(피임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8%까지 증가)하는 반면 합의하에 가진 성행위로 인한 임신 가능성은 3.1%에 불과합니다. 
 
 연구년도가 다르지만 강간으로 인한 임신가능성이 합의 하의 성관계보다 무려 2배 이상 높다는 것은 섬뜩한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진=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강간범, 임신 가능성 높은 여성 노린다
 
  과학자들은 왜 강간이 통계적으로 합의 하의 섹스보다 임신 가능성이 2배나 높은지 정확하게 알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뉴욕주립대 알바니 캠퍼스의 진화심리학자 고든 갤럽은 강간 임신과 관련된 ’The Oxford Handbook of Sexual Conflict in Humans’에서 "강간 범죄자들은 랜덤으로 희생자를 고르지 않는다"며 지적합니다. 강간범죄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임신가능성에 기초를 두고 희생자들을 표적으로 노린다는 것입니다.  강간범들이 자기도 모르게 젊고, 사춘기 이후의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임신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입니다. 

(사진=MBC 수원 성폭행 관련 방송보도 화면)

 강간범들이 젊고 매력적인 여성을 범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이들에게 진화론적으로 재생산 이점을 준다는 해석입니다.정말 강간범죄가 얼마나 사악하고, 동물적인 범죄임을 알수 있는 연구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달에는 미국 인디애나 주 미국 공화당 리처드 머독 후보가 후보자 토론회에서  성폭행 피해자의 임신도 "신이 의도한 것"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과학의 눈으로 보면 이는   "신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길 포기한 동물적 본능에 의해 촉발된 '사악한 유전자가 의도한 것'이지요.
 
 얼마전까지 우리나라 일부 판사들도 흉악한 강간범죄자들에게  ’우발적 범행’ 혹은  ’심신상실’이란 이유로 국민 정서에 비해 너무나 가벼운 처벌을 내려 온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는 강간범죄의 진화심리학적인 측면에 무지한 처사가 아닌가 비판해봅니다. 

 너무나 사악한 재생산 전략 

  갤럽은 또 지난해  열린 정액의 항우울적 효과 관련 한 학술회의에서 "강간범죄자의 정액에는 재생산 성공과 관련된 중요한 성분을 가진다"는 내용을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정액 속에는  여포자극 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이 높은 농도로 존재합니다. 여기서 여포자극호르몬은  정자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황체형성호르몬은 난자를 형성하게 하는 반면  남성 생식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궁금해 왔다는 것이죠. 

(사진=가자미 정자 현미경 모습. 부산일보DB)

 
 특히 강간 정액 내 황체형성호르몬의 농도가 정상적인 성행위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높은 농도의 황체형성호르몬이  강간 희생자에게 강제적으로 배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아직까지 인간의 경우  섹스에 의해 배란이 유도된 직접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낙타와 라마, 코알라 등 동물실험에서 정액 속 황체형성호르몬이 배란을 야기하는 점은 입증된바 있습니다. 

 또 1973년 연구에 따르면 성폭행에 의해 임신한 여성의 70%가 임신이 가능한 시기 이외의 기간에서 강간당한 후 임신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또 1949년 연구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여포자극호르면(FSH)=처음에는 여성의 난소 안에 있는 여포를 자극하는 역할로만 알려졌다. 그래서 여포자극호르몬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현재는 남성의 정자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체형성호르몬(LH)=성숙한 여포를 자극하여 난자를 내어놓게 한다. 난자가 나온 뒤에 남은 여포는 황체로 발달한다. 또한 황체를 자극해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분비를 일으킨다. 이러한 방식으로 황체형성호르몬은 생식주기를 조절하는 데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남성에게서는 고환의 정소에 있는 세포를 자극하여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일으킨다.

 섬뜩한 정액 배란 유도설

 성폭행 중 사정되는 정액 속 황체형성호르몬이 여성 피해자의  배란을 촉진하고 임신 가능성을 높인다는 주장은 너무나 섬뜩한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찌보면 황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남성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정액의 화학성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개연성을 주고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상상으로 발기하고 사정한 정액은 포르노를 보고 사정했을 때보다, 또 직접 성행위에서 사정했을 때에 비해 정자수나 정자의 형태, 운동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만약 남성이 사정하는 정액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면 강간 때 사정되는 정액의 화학성분도 변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사진=인공수정 모습. 부산일보 DB)

 특히 강간범죄자 정액의 배란 유도설은 어쩌면 한번밖에 접할 수 없는 여성에게 자신의 후손을 임신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높아보입니다. 

  만약 성범죄자들이 본능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정액 배란유도설을 이용해 피해자의 임신가능성을 높인다면 이는 현대 문명사회에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너무나 사악한 재생산전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진=영화 ’돈 크라이 마미’ 포스터)

 성범죄는 피해자의 신체적 감정적 황폐화는 물론 임신으로 인한 피해의 연장, 또다른 희생자까지 만드는, 사악한 범죄입니다. 문명의 힘으로 차단하는데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어야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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