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조는 유난히 부침이 많았던 향토기업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 일본 자본가가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창업한 대선주조는 8·15 해방 이후 목재상을 경영하던 박경영 씨에게 불하되면서 새 출발했다. 6·25 전쟁 때 전국에서 피난민이 몰려드는 특수로 기반을 다진 대선주조는 1960년대에 호텔, 골프장, 통조림 공장 등 10개 계열사를 가진 대기업으로 발전했으나 1972년 상속 분쟁 등으로 내분을 겪다 유원산업에 인수됐다.
이후 대선주조는 1974년 박정희 정부가 전국 소주 업체들을 통폐합해 '1도(道) 1사(社)' 체제로 재편하면서 '제2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 여세를 몰아 1980년대를 거치면서 와인, 오가피주 등 고급술에다 안경테, 골프채를 만드는 제조업에 진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것이 패착으로 다가왔다.
우여곡절 많았던 대표 향토기업
BN그룹 인수로 희망찬 미래 기약
1997년 외환위기 때 지급보증을 섰던 계열사들이 연쇄부도를 맞으면서 화의에 들어갔다가 2002년에 상장이 폐지됐다. 그 틈을 타고 마산의 무학소주가 적대적인 M&A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법정소송으로 비화되는 등 시련이 가중됐다.
그런 와중에 2004년 대주주 최병석 씨의 사돈인 신준호 푸르밀(당시 롯데햄·우유) 회장이 개인 돈으로 6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대선주조는 일시 정상화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믿었던 신 회장이 2008년 4월 사모펀드 코너스톤 애퀴티파트너스에 경영권을 3천600억 원에 팔아넘기면서 상상조차 하기 힘든 위기 국면이 시작됐다. 신 회장이 불과 3년여 만에 3천억여 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기고 달아난 '먹튀 행각'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분노가 엉뚱하게 피해자인 대선주조로 몰리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이다.
그 여파로 적자 경영이 계속되자 코너스톤이 2011년 경영권을 1천700억여 원에 BN그룹에 넘기면서 대선주조도 비로소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처럼 숱한 우여곡절을 딛고 조성제 현 부산상의 회장이 지휘하는 BN그룹 산하에 들어간 대선주조는 2014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면서 희망찬 새해를 기약하고 있다. 무려 84년 동안 부산을 지켜온 향토기업의 저력을 안고서. -끝-
junsh@busan.com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