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春亡社稷(젊어서는 나라를 망치고)/白首汚江湖(늙어서는 세상을 더럽힌다).' 조선 시대 수양대군을 도와 단종을 왕위에서 밀어낸 한명회가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며 쓴 시를 김시습이 딱 2자 바꿔 조롱한 시다.
'천성은 본디 맷돌 사이에서 왔으나/둥글고 빛나서 동산에 뜬 달과 똑같네//용을 삶고 봉황을 구운 진미보다는 못해도/머리 벗겨지고 이 빠진 노인에게는 제일 좋구나.' 이 시는 김시습에게 한 노파가 두부를 주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천하 진미보다 두부가 더 맛있다고 재치 있게 표현한 것. 첫 번째 시는 역사에도 등장해 유명하지만, 두 번째 시는 김시습이 5세 때 쓴 시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김시습·이이·이항복 등
어린 시절 지은 한시 선집
당시 어린이 세계 보여 줘
김시습만이 아니라 이이 이항복 이산해 정약용 등 저명한 학자와 정치가들도 어린 시절부터 한시를 많이 썼다. '내 생애 첫 번째 시'는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10여 년에 걸쳐 조선 시대 유명한 선비와 천재 시인 140명이 쓴 어린 날의 시 가운데 독창성과 예술성이 넘치는 우수한 작품 200여 편을 골라 담은 아동 한시 선집이다. 이 시들은 당시에는 유치하다고 평가해 선비들의 문집에는 대부분 수록되지 않았다. 그러나 책은 한글로 해석한 시와 원문 한시를 함께 담았으며, 지은이와 작품에 대한 소개도 포함해 당시 어린이들의 세계와 역사, 문화를 생생히 접할 수 있게 했다.
내 생애 첫 번째 시 / 안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