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 갈등 해법 없나] 상. '4대강 사업'이 파동 주범

입력 : 2017-02-13 23:06:15 수정 : 2017-02-15 12: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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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으로 모래 절대 부족, 채취기간·양 계속 늘려와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을 진행하면서 엄청난 양의 강바닥 모래를 준설한 것이 모래 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2010년 4월 경북 상주시 인근 낙동강에서 진행된 준설 공사 모습. 부산일보 DB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수산업계와 골재·레미콘업계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2001년 시작된 갈등은 15년 넘게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한쪽의 희생만을 요구하며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다. 그 사이 어민들은 어자원이 고갈돼 44년 만에 처음으로 어획량이 100만t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어장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고 골재업계는 모래 부족으로 공사 현장이 중단된다며 맞대응하고 있다. 바닷모래 채취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며 해결책은 없는지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부산 신항 건설용으로 채취 시작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바닷모래가 건설 용도로 사용된 것은 2001년 부산 신항 조성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다. 당시 신항 대상지 매립에 필요한 모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정부는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단 50㎞ 공해상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2001년 부산신항 공사 때
국책용으로만 사용 약속

이후 건설 경기 좋아지자
EEZ 채취 민간용으로 확대

'4대강' 준설 모래 있지만
운송비 이유, 바닷모래 고집


부산 신항 건설공사에 필요한 모래량은 9000만㎥가량이었다. 하지만 욕지도 남단 공해상에서 채취할 수 있었던 바닷모래량은 2420만㎥에 불과했다. 바닷모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 되면서 2004년 당시 바닷모래를 더 퍼내 부산신항 공사의 지연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하지만 통영 지역 어민들은 "추가적인 바닷모래 반출은 바다 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며 반대에 나섰다.

바닷모래는 당초 국책사업인 부산 신항 공급 용도로만 사용됐지만 건설 경기가 살아나면서 민간 사업용으로도 공급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민간 업체들은 잇따라 통영시 인근 공해상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겠다는 허가 신청서를 국토부에 냈다.

이에 정부는 2005년 7월 모래수급 정상화를 위해 '골재 공영관리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남해 EEZ(배타적경제수역) 내 골재채취단지를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는 건교부 장관이 골재 채취구역을 지정하고, 한국수자원공사가 골재채취단지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골재채취법을 개정했다.

■4대강 사업 후 바닷모래 사용량 급증

국토부가 내놓은 2016년 골재수급계획을 살펴보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바닷모래 채취 이유로 "4대강 사업으로 모래 채취가 제한되고 준설토도 소진돼 국지적으로 수급 불안이 예상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바닷모래 채취를 본격화한 계기는 이명박 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부터다.

2010년 8월 정부는 2008년 10월부터 2010년 8월까지로 정해진 남해 EEZ 내 모래 채취 기간을 2012년 12월까지 2년 4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엄청난 양의 강모래를 퍼내는 준설 작업이 진행된 이후 더 이상 파낼 모래량이 부족해지자 바닷모래로 눈을 돌린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막대한 모래를 파냈고 그중 상당량은 전국 곳곳에 쌓여 있지만 운송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업계는 바닷모래 채취만을 고집하고 있다. 국토부조차도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모래 채취가 제한돼 바닷모래 채취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이와 함께 정부가 4대강 공사로 인해 한국수자원공사의 엄청난 경영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보전해주고자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내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어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국책 사업용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정부의 당초 약속이 또 한 번 깨진 이유였다. 당시 정부는 어민들의 반발을 막기 위해 골재대책협의회를 구성했지만 제대로 회의조차 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후 2013년 1월, 2015년 8월에도 허가를 연장하는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바닷모래 채취 기한과 채취량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전남대 수산과학연구소에 어업피해 조사용역을 의뢰했지만 결과가 '남해안 EEZ 모래 채취로 인한 어장 피해가 미미하다'고 나오면서 어민들은 반발했다. 이를 토대로 국토부는 지난해 6월 남해안 EEZ 바다골재 채취단지의 사업기간을 2016년 9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연장하자고 해수부에 요청했다. 이후 2월까지만 임시 기한 연장을 했고 1월 15일 채취 허가량을 모두 채워 채취가 중단된 상태다.

김한수·이현정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