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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주 칼럼] 브레이크 풀린 시내버스 준공영제

    입력 : 2017-10-26 19: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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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주 논설위원

    부산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정책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에 터진 버스회사 노조의 '취업 장사' 비리에 이어 작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특정 업체의 횡령 의혹 사건이 몰고 온 파장 탓이다. 일련의 사건과 사태를 종합해 보면, 부산 시내버스는 브레이크가 풀린 채 질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체는 부산시의 지원금 빼먹기에 골몰해 있고 노조는 업체 측의 각종 비리를 눈감아 주는 대신 취업 장사에 여념이 없는 형국이다. 업체에 매년 1000억 원 이상 지원하는 부산시의 감시·감독 기능은 고장났다.

    지금의 사태는 버스 준공영제가 시작된 2007년 당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해 5월 부산시의회 제169회 임시회에서 건설교통상임위의 김영희(민노당) 의원은 '교통공공성 강화를 위한 부산교통연대'에서 제기한 '시내버스 준공영제와 대중교통체계 개선 등에 관한 청원'을 소개하며 "준공영제는 버스업체의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표준운송원가를 객관적으로 산정할 수 없어 과도한 재정 지원이 예상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부산 버스업계 각종 비리로
    준공영제 정책 불신 심화

    업체 통합, 지하철 연계 생략 등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탓이 커

    10년간의 공과 정확히 분석해
    버스 지원 정책 개선해야


    10년 전 김 전 의원이 족집게처럼 예상한 그대로 사태는 흘러갔다. 그러나 부산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손을 놓고 있었다. 그 결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버스업계에 8447억 원이란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됐다. 2013년 이후엔 그 액수가 늘어 해마다 1200억 원 이상이 '밑 빠진 독의 물'처럼 줄줄 새고 있다.

    그렇다고 시내버스가 '대중의 발'로 거듭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골골하던 버스업체들은 재정 세례를 받고 부활했지만, 버스 자체의 경쟁력과 수송 수요는 퇴보 내지 정체했다. 2007년 자본잠식 업체 수가 18개였지만 2012년엔 11개로 줄었고, 업계의 자본총액은 2007년 288억 원에서 2012년 1149억 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버스의 수송분담률은 2016년 현재 23.7%로 2004년의 23.7%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재정 지원 덕분에 업계는 기사회생했지만 시내버스의 경쟁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많은 지원금은 다 어디로 흘러갔으며, 왜 부산시의 준공영제 정책은 한계에 봉착한 걸까?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당시 준공영제 입안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의 입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저는 도중에 그만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처음 기획된 것하고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처음엔 준공영제의 전제조건으로 영세 업체들을 정리하고 5~6개 권역별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로 돼 있었어요. 도시철도와 버스를 통합운영하는 방안도 기획됐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다 없어지고 재정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진 거지요."

    부산시는 준공영제를 실시하기 전에 30여 개로 난립한 버스업체의 구조조정부터 단행했어야 했다.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해야 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생략한 채 모든 업체의 적자노선에 일정액을 일괄 지원하는 '단순 무식'의 길을 택했다. 그 결과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30여 개 업체가 단 하나도 문 닫지 않고 자본을 늘려 갈 수 있었다.

    특히 도시철도(지하철)와의 연계 방안은 화급한 과제였다. 지금처럼 도시철도와 시내버스가 경합하는 구조가 아닌, 서로 보완·공생하는 관계로 정립했어야 마땅하다. 도시철도를 관장하는 기관이 '도시철도공단'이 아니라 '부산교통공단'으로 정해진 것도 버스와의 연계 내지 통합을 염두에 둔 작명이었음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올해로 준공영제가 시행된 지 만 10년이 됐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부산시는 준공영제 본래 취지로 돌아가 시내버스를 대중교통의 총아로 육성하기 위한 특단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난 10년간의 공과를 정확하게 분석해 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시 자체가 아닌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관에 이 일을 맡겨야 한다. 대수술을 하자면 환자의 건강 상태부터 정확하게 진단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그 후에야 준공영제 개선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도 유효할 것이다.

    버스 개혁 없는 '대중교통 중심 도시'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 개혁의 첫 단계가 '세금 먹는 하마' 준공영제에 과감한 메스를 대는 것이다. 오늘도 달리는 버스에 내가 낸 세금이 줄줄 새기에 하는 말이다.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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