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부산 도시철도 사상~하단선(경전철)의 차량기지창 건설이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부산교통공사가 자연 훼손 등 논란을 빚은 승학산이 아닌 대체지(본보 10월 2일 자 8면 보도)를 마련해 건립에 나섰지만, 이 역시 해당 지역 주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지역 간 갈등만 키운 꼴이 됐다.
승학산 자연 훼손 논란 일자
낙동대로 인근 대체지 확보
100m 밖 아파트 주민 반대
사업 또 제동 지역 간 갈등도
20일 부산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사상~하단선 차량기지창을 당초 승학산 자락에서 승학산 앞 낙동대로 건너편으로 옮겨 짓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정 부지와 인접해 있는 하단SK뷰 아파트의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공사가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주최한 간담회에서 이 아파트 뒤쪽 3개 동 주민들이 극렬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결국 간담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주민 A 씨는 "우리 동에서 불과 100m 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 기지창이 들어선다는데 납득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도시철도가 운행되면 극심한 소음과 분진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승학산 내 사상구 엄궁동 방면 골프장 부지 등 제3의 장소에 기지창을 지을 것을 공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사상~하단선 경전철 차량기지창 문제는 지난 4월부터 불거졌다. 공사는 당초 승학산 자락에 차량기지창을 건립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대규모 산림훼손과 조망권 침해를 우려한 하단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이에 공사는 지난 9월 주민들에게 승학산 골프장 인근과 SK뷰아파트 뒤쪽 100m 떨어진 공장지대에 차량기지창을 짓는 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골프장의 경우 주거지와 떨어져 있어 생활권 침해 우려는 덜 수 있지만, 사유지 보상 등에 따른 사업비 증가와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면 공장지대의 경우 이 일대가 시·국유지여서 보상 문제 등 사업 추진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공사 측은 이 곳을 최종 사업 추진지로 낙점했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또다시 반대하고 나서면서 지역 간 갈등이 심화하는 것은 물론 사업 추진도 제동이 걸릴 위기에 처했다. 올 하반기 착공해 2022년 완공 예정이던 차량기지창은 결국 부지선정조차 매듭짓지 못한 채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주민투표마저 파행된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교통공사 관계자는 "주민투표는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참고 사항은 되지만 공사가 의무적으로 따라야 할 필수 절차는 아니다"며 "기지창 건립을 계속해서 지연시킬 수도 없고, 이 장소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