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선박도 온실가스 규제] 해운업에 부는 '녹색 바람', 부산 조선업 '훈풍' 기대

입력 : 2018-04-23 19:47:50 수정 : 2018-04-24 14: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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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국제해사기구(IMO) 회의장 앞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IMO는 파리를 가라앉게 하지 말라'며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촉구했다(트위터 캡처).

세계 조선·해운업계의 격변을 야기할 결정이 런던에서 내려졌다. 국내에서도 25일 대책 마련을 위한 모임이 이뤄지는 등 '발등의 불'로 떨어진 탈탄소 규제 대응에 정부와 업계, 연구기관의 전면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기술 보유한 지역 업계
선박 수주전 유리할 것 전망

부산시 주관으로 추진 중인
'수소선박 추진단'에도 탄력

정부 R&D 지원도 병행돼야

■온난화에 해운업계도 책임

국제 해운업계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체결,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등 지구 온난화에 대응에서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2015년 파리협정이 해운과 항공 부문의 자율적 국제 기준 설정을 요구하면서 규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국제 해운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맞먹는 2.3% 비중이다. IMO 자체 예측으로도 기존 방식대로 연료를 쓰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50~2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더 이상 지구 온난화 대응에 예외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분위기는 국제해사기구(IMO)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이번에 105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감축 목표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선박 에너지 효율화부터

IMO는 2023년 온실가스 감축 최종 전략 수립을 위해 내년부터 세계 선박 연료 소모량 조사에 들어간다. 3년 동안 조사와 분석을 마친 뒤 선박 종류와 업종, 시기 등 세부 분야별 목표와 이행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IMO는 이번에 초기 전략을 세우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단기 조치로 선박 에너지 효율 개선을 중요하게 꼽았다. 2030년까지 탄소 집약도 40%를 감축하겠다는 것도 결국 운항효율을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새로 짓는 배에 적용하던 선박에너지효율설계지수(EEDI) 규제가 단계적으로 기존 선박에 에너지효율운항지수(EEOI)로 확대 적용되면서 노후 선박 폐선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로이드선급 캐서린 팔머 연구원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분석 글에서 "이번 IMO 결정은 화석 연료 사용을 끝내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업계에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며 "불과 2년 뒤인 2020년 선박을 설계하거나 건조를 계획하는 선주는 운전 수명이 지난 뒤 비화석연료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프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2020년부터 바이오연료와 재생 가능 연료 사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선기자재 R&D 활성화 기대

부산·울산·경남이 강점을 가진 조선기자재업계는 이번 조치를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부산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연료를 바꾸거나 선형을 가볍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배를 가볍게 하는 기술은 우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수주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보공업 최금식 대표도 "이산화탄소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LNG, 장기적으로는 수소전지 등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역량을 더 집중시킬 수 있다면 지역 조선기자재업계에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때마침 지난 1일 부산시 주관으로 구성된 '수소선박 추진단'(본보 2일 자 19면 보도)의 사업 추진도 한결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탈탄소 선박으로 세계 조선업계에서 최근 급부상한 에너지원이 수소와 암모니아이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 상당 부분이 정부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고, 당장 대체 연료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선사 관계자는 "대체연료 도입 없이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데 대다수 회원국이 공감하지만, 개별 업체의 대응은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공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도 25일 세종청사에서 국내 해운·조선 업계, 연구기관 관계자와 함께 대책 회의를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해수부 양진영 사무관은 "업계와 정부, 연구기관이 협의체나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R&D 등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호진·장병진 기자 jin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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