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산책] 마캄(Maqam) 음악의 전파

입력 : 2018-10-23 19: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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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고음악평론가

고전음악(Classical music)은 말 그대로 교실(class)에서 정식으로 가르치던 음악을 말한다. 따라서 거기에는 악보와 연주규범들이 명문화되어 있으며, 악곡의 구성법과 더불어 다소간에 엄격한 리듬과 박자의 규칙들이 지켜져 왔다. 따라서 고전음악은 민중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하여 특별한 악보나 악곡 구성법 그리고 연주규범 등이 존재하지 않는 민속음악과는 별도의 범주로 구분되고 있다.

바그다드 문명의 고전음악 마캄
히바에서 기적처럼 만나 감상
문화는 끊임없이 소통하게 마련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전음악이라고 부르는 음악은 통상 서양유럽 문명권의 고전음악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서양유럽 이외의 문명권에서는 고전음악이란 게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가 될 것이다. 어느 문명권이나 또 어느 사회나 모두 나름대로의 고전음악과 민속음악들이 존재해 왔다. 단지 유럽문명권이 지닌 현재의 우월한 지위로 인해, 안타깝게도 타 문명권들의 고전음악들이 여전히 민속음악의 범주로 분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필자가 다녀온 중앙아시아 문명권의 고전음악들은 바그다드 문명의 고전음악인 마캄(Maqam) 양식이 중앙아시아 전체로 전파되어 자신들의 문화에 맞게끔 변형된 형태(부하라의 고전음악 샤슈마콤, 신강 위구르의 고전음악 이키-온 무감, 아제르바이잔의 고전음악 무감, 터키의 고전음악 탁심, 마그레브 문명권의 고전음악 누바트 등등)를 취하고 있다.

부하라(Bukhara)에서 필자는 갈라 쇼의 형태로 연주되는 샤슈마콤 양식의 기악 합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무희들의 춤을 반주하는 상업적인 연주로서, 마캄 고전음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통속적인 연주였다. 결국 부하라에서는 그 유명한 샤슈마콤 양식의 마캄 정악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보상은 엉뚱한 데서 이루어졌다. 부하라에서 못 들었던 마캄 정악을, 고대 호레즘 왕국의 성곽도시였던 히바(Khiva)에서 마침내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히바 성내를 배회하던 중에, 일단의 전통악사들이 거대한 이슬롬-호쟈 미나레 아래서 연주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은 기회를 기다리던 사람에게는 절호의 찬스였다.

실례를 무릅쓰고 무턱대고 던진 이쪽의 난데없는 외국어 질문에 다소 당황한 그들이었지만,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마캄' 이라는 단어에만 의지한 채로 양쪽은 한참이나 서로 의사소통 아닌 의사소통을 하게 되었다. 미나레 외벽의 파란색 타일 위에다가 손가락으로 바그다드 마캄 음악의 전파를 그리고 있는 이쪽의 노력에 저들도 마침내 반응을 하였다. 악사들 중 도이라(얇은 손북)를 연주하던 분이 '아제르바이잔의 무감'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에 이쪽도 '바그다드 마캄'이라고 응답하였다.

그 순간 앞에서 말한 기적이 일어났던 것이다. 무희들의 춤을 반주하는 음악 같은 가벼운 민속음악을 연습하던 악사들이, 갑자기 의복을 정돈하면서 근엄한 표정으로 줄을 맞추고 자세를 가다듬더니만, 아까와는 전혀 다른 마캄 정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부하라의 샤슈마콤 정악보다는 바그다드의 마캄 정악에 훨씬 더 가까운 음악이었다. 그것은 히바가 부하라에 비해 바그다드에 더 가까운 도시였기 때문일 것이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악사들이 함께 부르는 마캄 음악은 엄숙하고 품위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때는 음악을 포함하여 문화는 결국 타 문명권으로 전파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접 체험하는 감동의 순간이기도 하였다. 이것은 또한 여러 문명권들 사이에서 음악 외에도 예술, 언어, 종교 등등의 다른 문화적 현상들도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아왔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중세 호레즘 왕국의 작은 성곽도시 히바의 하늘 아래서도 인류의 다양한 문화는 계속해서 서로 만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