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신춘문예-영광의 얼굴] 글쓰기의 열망, 그 끝에 이룬 꿈

입력 : 2018-12-31 19: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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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글을 쓴 이력, 출신 지역이 모두 달랐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망과 집념은 한결같았다. 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은 "초심을 잃지 않고 글쓰기에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왼쪽부터 권영하(시), 이재영(동화), 김지현(단편소설), 김옥미(희곡), 김나비(시조), 이병현(평론) 씨. 강원태 기자 wkang@

교단에 서거나, 학교에 다니거나,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이들 모두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어떤 이는 무려 30년을 돌고 돌아 마침내 등단의 꿈을 이뤘고 어떤 이는 도전 1~2년 만에 등단에 성공했다. 등단 꿈을 이루며 작가와 평론가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선 '2019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을 만났다.

교단에서 이뤄낸 등단의 꿈

'거미'로 시 부문에 당선된 권영하(53) 씨는 경북 문경시 점촌중학교 국어교사로 20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가 20세 때 쓴 시는 한 언론사의 신춘문예 최종심에 올라갔다. 그 뒤에도 그의 작품은 8차례나 신춘문예 본선에 올랐다. 이미 등단에 근접한 시적 내공을 지녔다는 말이다. "당선작 '거미'는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유리창 청소부 아저씨의 애환을 시로 표현했어요. 이 시로 인해 유리창 청소부 아저씨도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대학에서 국문과와 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한 권 씨는 "학생들에게 시를 쓰고 발표하는 수업을 자주 하는데 이때 학생들의 창의력과 잠재력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30여 년간 서정시와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시를 썼다. 그는 "시를 쓰면 영혼이 맑아지고 순수해지는 것 같다"며 "앞으로 다작보다는 상처받은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치유해주는 시를 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조 당선자 김나비(48) 씨는 충북 청주시 원봉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교사다. 대학에서 국문과, 유아교육과와 대학원에서 국어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15년 전 임용고시에 합격해 유치원 교사가 됐다. "아이들이 포켓몬, 원피스 같은 일본 만화영화를 보고 안데르센 덴마크 동화를 읽고 미국의 미키마우스 인형을 갖고 놀아요. 외국 문명에 길드는 것이 안타까워 조상의 사상과 얼이 담긴 시조를 15년 전부터 가르쳤어요."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한 사랑과 배려 정신을 담은 시조를 가르치면서 그도 시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2년 전 시조 창작에 본격적으로 나선 그는 시조 한 편을 위해 20회 이상 수정작업을 거친다. 그는 "소소한 이야기에서 울림을 끌어내는 시조를 쓰고 어두운 골목이나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시조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동화 당선자 이재영(46) 씨는 대구왕선초등학교 교사다. 이 씨는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지난해 처음 도전했고 올해 두 번째 도전 만에 당선됐다. 동화를 어떻게 쓰게 됐을까. "개인 사정으로 1년 전 학교를 휴직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었어요. 집 옆에 있는 도서관에 갔다가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했고 동화 장르가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죠." 그는 지난해 초 지인들과 '대구 큰샘아동문학회'라는 동화연구회를 만들었다. 매달 같이 공부하는 이들과 동화책과 그림책을 읽고 토론하고 각자 동화를 쓰면서 합평한다. 동화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동화를 더욱 깊이 있게 쓰게 됐다고. 그는 동화의 매력에 대해 "학생들에게 동화를 통해 조언 등 메시지를 전달하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마음을 대변하고 아이들이 어른으로 자라면서 겪는 성장통을 녹여내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했다.

20대 문청, 희망을 건져 올리다

소설 당선자 김지현(27) 씨는 경성대 국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나와 현재 1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11년 대학교 전공 수업 때 원고지 10~20매의 엽편소설을 창작하면서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한 학생이 김 씨가 쓴 허구의 소설에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켰다. 김 씨는 이 순간을 뿌듯해했고 소설가의 길을 택했다. "2016년 2월 대학원을 졸업하고 좋은 글을 쓰려면 실제 삶과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2017년 첨삭 프리랜서, 대안학교 청소년 글쓰기 수업, 만화카페 매장 관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그는 '실제 삶을 사유하게 하는 통로가 소설'이라고 믿는다. 당선작 '흰 콩떡'도 아버지를 이해하고 싶어 쓴 소설이다. 그는 "그동안 써놓은 단편 작품을 다듬어 단편소설집을 내고, 장편소설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본보 신춘문예 최연소 당선자인 김옥미(25) 씨는 중학생 때 이미 희곡을 쓰고 직접 쓴 대본으로 창작극을 올릴 정도였다. 그 뒤 시나리오에 관심이 생겨 경성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고 단편영화도 찍었다. 경성대를 2년간 다니다 그만둔 그는 다시 희곡 공부를 위해 2017년 서울예대 극작과에 입학했다. 서울에서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3시간만 자고 서울예대에 다녔다. "당선작 '도착'은 자전적 작품이고 실화입니다.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모든 가족이 힘들었을 때 절절하게 썼던 작품입니다. 부산 사투리가 나오고 배경이 부산이라 부산일보 당선을 절실하게 바랐는데, 현실에서 희망을 이뤄서 기쁩니다." 김 씨는 "꿈이 작가였던 어머니가 마치 당신이 당선된 것처럼 좋아하셨다"고 했다. 그는 희곡의 매력에 대해 "인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굉장히 생생하며, 대사와 갈등을 통해 삶의 드라마를 포착하는 유일한 장르"라고 밝혔다.

평론 당선자 이병현(26) 씨는 현재 서울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2017년 8월 입대했다. "소설가를 지망해서 다른 대학에서 문예창작과를 3년간 다니다가 졸업하지 않고 영화평론 공부를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입학했어요." 이 씨는 고교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요즘도 일주일에 영화를 평균 3편씩 볼 정도다. 감명 깊었던 영화는 마야 데렌 감독의 '오후의 올가미'. 평소 생각하는 꿈의 구조를 너무나 생생하게 구현한 실험적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본보 신춘문예 당선 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영화 평론 전문연구자를 꿈꿨다. 하지만 이번 당선으로 영화평론가로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감상이 다른 사람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며 "영화를 분석해서 새롭고 독특한 시각을 제시하는 평론을 많이 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본보 신춘문예 당선자는 20대가 3명으로 주류를 이뤘고 40대 2명, 50대 1명으로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출신 지역은 부산, 경남 김해, 대구, 경북 문경, 충북 청주, 서울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배출됐다. 여성 당선자는 4명, 남성 당선자는 2명으로 지난해와 같았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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