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시대 열자] 3. 법규 짓밟은 장애물 검토 <1부> 김해공항 확장으론 안 된다

입력 : 2019-01-09 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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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시설법 미준수, 국토부 산악장애물 “제거 불필요” 결론

2002년 4월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 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참혹한 사고현장 모습들. 이날 참극 이후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안전한 신공항’ 논의가 시작돼 김해공항 확장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은 활주로 주변 산악 장애물 영향을 무시해 위험성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부산일보DB 2002년 4월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에 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참혹한 사고현장 모습들. 이날 참극 이후 부산·울산·경남을 중심으로 ‘안전한 신공항’ 논의가 시작돼 김해공항 확장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김해공항 확장안은 활주로 주변 산악 장애물 영향을 무시해 위험성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부산일보DB

제거해야 된다(2009년·국토부)→제거해야 된다(2011년·국토부)→제거할 필요 없다(2016년·국토부)→제거해야 된다(2017년·기획재정부)→제거할 필요 없다(2018년·국토부).

김해공항 이·착륙 항로를 위협하는 산악 장애물 제거 여부를 검토한 정부의 결론들이다. 같은 논의 대상을 두고 내린 판단이 오락가락 가관이다. 이처럼 판단이 계속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공항시설 관련 법률을 따랐을 땐 ‘반드시 제거’로 결론 났고, 해당 법률 규정을 위반했을 땐 ‘제거 불필요’ 결론이 도출됐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2002년 中 민항기 돗대산 추락

신공항 논의 ‘안전성’이 최우선


현행 법규 시설 기준 외면한 채

민간 분야 비행절차 기준 적용

김해공항 하늘길 위험성 여전


인천공항 땐 공항시설법 근거

일부 저촉 장애물 완벽 제거

“지역민 이용 공항 무시” 비판


■공항시설법 위반한 장애물 검토


지금의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 논의는 ‘위험성’에서 비롯됐다. 하늘길을 위협하는 산악 장애물로 인해 김해공항은 안전하지 못한 공항이라는 사실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부산·울산·경남 지역민들에겐 김해공항의 위험성과 관련해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있다. 2002년 4월 15일 오전 11시 23분 비구름을 뚫고 김해공항으로 착륙하려던 중국 국제항공 CA 129편이 공항 인근 돗대산 정상에 추락한 사고다. 모두 1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로 보다 안전한 대체 공항 논의가 촉발됐다. 결국 부·울·경 신공항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안전성’이다. 신공항논의에서 안전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그런데 국토부가 강요하는 김해공항 확장안인 ‘김해신공항’은 절대 안전하지 못한 공항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김해공항 확장 ‘기본계획’을 내놓으며 결국 주변 산악 장애물들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해공항 활주로 이·착륙을 방해하는 주요 장애물은 오봉산(해발 45m), 임호산(해발 178m), 경운산(해발 318m) 등 주변 산과 김해시 지역 아파트 단지. 국토부는 신설 활주로 방향을 3.4도 미세조정하면 산봉우리 절취 없이 비행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정반대로 기재부는 2017년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오봉산, 임오산, 경운산 등 김해공항 활주로 진입표면 장애물 6600만㎥ 절취가 필수라는 결론을 제시했다.

두 결론의 차이는 공항시설법 준수 여부다. 기재부는 공항시설법에 따라 김해공항 장애물을 검토한 결과 높이 솟은 산봉우리 절취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반면 국토부는 공항시설법에 전혀 근거가 없는 ‘장애물평가표면(OAS)’ 기준에 따른 결과를 제시했다.

한 공항 전문가는 “비행절차 수립과 관련된 기준인 OAS는 공항시설 설계에 적용하는 기준이 아니다”면서 “공항시설법 상 공항시설 관련 기준인 ‘장애물제한표면(OLS)’ 기준에 따라 주변 장애물 등을 엄격히 검토해 공항 하드웨어를 결정한 다음 비행절차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공항시설을 결정하면서 현행 법규의 시설 기준을 외면하고 엉뚱한 비행절차 기준을 적용한 국토부 기본계획은 불법적인 결과물이다”고 강조했다.

국토부가 들이대는 OAS는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등 국제 민간 분야의 비행절차 기준이다. 부·울·경 지역민의 목숨과 직결된 김해공항 안전성을 분석하면서 어이없게도 국내법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국제 민간 기준을 끌어온 것이다.


■유독 김해공항만 국내법 미적용




실제 지금껏 어떤 기준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김해공항 장애물 절취 여부는 결론이 달랐다. 국토부는 최근 김해공항 확장 기본계획 말고도 2016년 6월 이른바 ‘김해신공항’ 선회 정책을 발표할 때도 산악 장애물을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프랑스 용역사 ADPi 가 수행한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발표였다. 이때도 국토부는 국내법에 근거한 OLS를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외국 용역사인 ADPi가 국제 민간 기준인 OAS를 잣대로 검토한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국토부의 2018년, 2016년 검토 결과를 제외한 정부의 나머지 연구 결과에선 모두 김해공항 인근 산봉우리 장애물을 절취해야 한다는 일치된 결과가 나왔다. 국토부가 각각 2009년과 2011년 실시한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연구’와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에선 산악 장애물이 항공기 이·착륙 경로에 걸리므로 없애야 한다는 당연한 결과가 도출됐다. 기재부가 2017년 실시한 ‘김해신공항 건설사업 예비타당성조사’에서도 마찬가지 결론이 내려졌다. 국토부와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이들 세 연구 결과는 모두 공항시설법 상의 OLS를 기준으로 장애물 저촉 여부를 판단했다.

결국 국내법을 지킨 연구 결과는 장애물이 공항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반대로 국제 민간 기준을 따른 국토부의 엉뚱한 연구 결과는 김해공항 주변 산악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이·착륙에 큰 무리가 없다고 결론 지었다. 국토부가 엉뚱한 결과를 부·울·경에 내놓은 시점은 모두 ‘제 2의 새로운 공항’이 아닌 김해공항 확장안을 받아들이기를 사실상 강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김해공항 확장안의 소요 예산을 억지로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가당착적인 억지 논리를 끌여들였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산악 장애물 절취 비용을 포함시킬 경우 김해공항 확장 예산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차라리 신공항 신설이 낫다’는 역풍을 부를 수밖에 없다. 국토부가 이를 차단하고 김해공항 확정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수를 썼다’는 의혹이다.

김해공항 확장안과는 달리 인천공항은 공항시설법에 근거한 OLS를 기준으로 장애물을 검토하고 일부 저촉 장애물을 완벽히 제거했다.

한 공항 전문가는 “인천공항은 공항시설법에 따라 엄격하게 조사해 위험 산봉우리를 모두 제거했는데 왜 유독 김해공항 확장안은 이상한 기준을 들이대 위험물을 그대로 둬도 된다고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국토부가 부·울·경 지역민이 이용하는 공항은 인천공항에 비해 위험해도 괜찮다는 논리로 지역민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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