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니언 추락, 병원비 10억 ‘SOS’

입력 : 2019-01-22 19:57:59 수정 : 2019-01-23 14: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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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아대학생 그랜드 캐니언에서 추락사고, 의식불명

동아대 수학과 12학번 박준혁(사진·25) 씨는 지난달 30일 미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그랜드 캐니언에 올랐다. 힘든 1년의 캐나다 유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의미의 여행으로, 다음 날 바로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씨는 지금 한국이 아니라 미국 애리조나주의 한 병원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그랜드 캐니언 여행 중 발을 헛디뎌 아래로 떨어진 것.

부산 동아대생 박준혁 씨

美 여행 중 발 헛디뎌 중상

20일 넘게 중환자실 입원

치료비 ‘눈덩이’ 귀국길 막혀

대학 동기들 모금도 ‘역부족’

여동생 靑 국민청원 도움 호소

사고 소식을 들은 직후 가족은 생계도 내팽개치고 미국으로 달려갔다. 사근사근한 성격에 과 수석을 할 정도로 착실했던 박 씨가 양다리와 폐를 다친 채 홀로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에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사고 충격도 잠시, 20일 동안 입원하며 3번의 수술을 반복하고 나니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었다.

병원에서 청구한 금액만 10억 원에 달했다. 병원비뿐 아니라 환자를 한국으로 옮기는 데 드는 이송비도 2억 원이나 든다고 한다.

가족들은 불어나는 병원비 때문에 미국에 남기도, 억대의 이송비를 들여 박 씨를 한국으로 옮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답답한 마음에 박 씨 여동생 박소은(21) 씨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를 알리고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22일 현재 1만 20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가족들은 현지에서 변호사를 구해 여행사와 책임 소재를 다투는 중이다. 여행사는 박 씨가 가이드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위험한 곳에 셀카를 찍기 위해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가족들은 신중한 박 씨의 성격상 가이드 지도를 따르지 않고 행동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그랜드 캐니언을 여행한 이들은 가이드들이 추락 위험이 있는 지역을 사진이 잘 나오는 ‘핫스팟’으로 추천할 때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몇 년 전 가족들과 그랜드 캐니언을 다녀온 김 모(45) 씨는 “셀카가 잘 나온다고 가이드가 추천한 곳 주변에 안전 장치가 전혀 없어 아찔했다”면서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는 것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가이드의 허술한 안전 의식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박 씨 가족들은 박 씨가 가입한 여행자 보험 상품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박 씨가 의식불명 상태라 정확한 계약 사항을 파악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통상 해외 여행객들이 여행자 보험에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데다, 1박 2일 일정의 여행 상품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보험이라면 보상 범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박 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대학 학과 동기를 중심으로 급하게 모금을 해 300만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오빠를 간호 중인 박소은 씨는 “평범한 한 가정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으로 귀국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힘들다”며 “오빠의 상태가 나아지고 한국에 돌아가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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