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수치’에서 ‘나라의 자랑’으로!
지난 26일 2019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6250만 호주달러·약 500억 원) 여자단식에서 아시아 선수로서는 처음 우승한 오사카 나오미(일본)의 사연이다.
호주오픈, 크비토바 2-1 제압
아시아 선수로 사상 첫 우승
일본 어머니·아이티 아버지
외국인 반대 집안에서 쫓겨나
혼혈 비하 일본에서 인기 폭발
일 기업, 후원·광고 등 줄 이어
조코비치, 나달 꺾고 단식 우승
오사카는 이날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페트라 크비토바(6위·체코)를 2-1(7-6〈7-2〉 5-7 6-4)로 꺾었다. 우승 상금은 410만 호주달러(약 32억 7000만 원)다.
그는 지난해 US오픈에 이어 메이저 대회 2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다. 아시아 선수가 남녀를 통틀어 테니스 단식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사카의 어머니는 일본인인 오사카 다마키, 아버지는 아이티인인 레너드 프랑소아다. 미국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홋카이도에 여행을 간 프랑소아가 우연히 다마키를 만나 사랑을 느꼈다. 그러나 이때부터 부부와 두 딸에게 시련의 세월이 시작됐다.
어머니 다마키는 홋카이도의 보수적인 집안 출신. 부부는 결혼하기도 전에 집에서 쫓겨났다. 부모가 가문의 수치라면서 외국인과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부부는 오사카로 이사해 부모 없이 결혼했다. 그곳에서 오사카와 언니 오사카 마리가 태어났다.
부부는 이후 15년 동안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 두 자매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어머니 성을 물려받았다. 자매는 일본에서 혼혈을 비하하는 ‘하푸’로 불렸다. 하푸는 ‘절반’이라는 뜻인 영어 ‘half’의 일본식 발음이다.
오사카의 가족은 미국으로 건너갔다. 테니스를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권유 덕분이었다. 프랑소아는 두 딸이 젖먹이였던 1999년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당시 18세, 17세의 윌리엄스 자매가 복식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TV로 시청했다. 그는 두 딸을 윌리엄스 자매처럼 테니스 선수로 키워야겠다고 결심했다.
오사카는 미국에서도 푸대접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좋은 성적을 내며 유망주 평가를 받았지만 미국테니스협회(USTA)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다.
자매는 일본과 미국의 이중 국적 소유자였지만 테니스 대회에 나갈 때는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두 딸의 장래를 생각한 부모의 선택이었다. 지금 두 자매는 일본 젊은층으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수많은 일본회사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고 광고에도 여러 차례 나갔다.
오사카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처음 만난 것은 프로 테니스 데뷔전에서 2010년 프랑스오픈 준우승자인 사만사 스토서(호주)를 누른 뒤였다. 조부모는 지금은 손녀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고 전해진다.
한편 노바크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6천250만 호주달러·약 500억원) 남자단식에서 개인 통산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조코비치는 27일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을 불과 2시간 4분 만에 3-0(6-3 6-2 6-3)으로 완파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