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토종브랜드 ‘르까프’사라지나

입력 : 2019-02-06 22: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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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토종 신발 브랜드였던 ‘르까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르카프·케이스위스·머렐 등의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를 유통하는 화승이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모태기업 ‘화승’ 법원 회생 신청

3년 전 사모펀드에 매각된 뒤

최근 어음 남발 등 경영 악화

전국 50여 납품업체 피해 우려


서울회생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청 하루 만에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회생채권자, 회생담보채권자에 대해 회생채권, 회생담보권에 근거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를 금지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화승은 1953년 설립된 국내 신발 1호 업체인 부산동양고무가 모태다. 1975년 ‘월드컵’이라는 고유 브랜드의 상표 등록을 한 부산동양고무는 1986년에 르까프 사업을 시작했으며 1989년 화승산업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한때 외국 유명 상표와 겨뤘던 부산 토종 브랜드인 ‘르까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산이 본사인 화승그룹은 3년 전 르까프의 브랜드를 가진 화승을 사모펀드(PEF)에 매각했다. 현재 화승은 산업은행과 사모펀드인 KTB PE가 주도하는 사모투자 합자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사모펀드가 직접 경영을 해왔다.

현재 화승그룹은 화승에 일반 투자자로 참여하며 상표권을 대여하고 있다. 화승그룹은 당초 1200억 원을 투자해 경영권 없는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지난 3년간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감액처리 해 왔고 추가 자금 지출도 없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화승그룹의 피해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화승그룹에 따르면 ‘화승’ 상호 사용은, 인수한 사모펀드 측에서 과다한 CI(기업 이미지 통합작업) 리뉴얼 비용과 연속성 있는 마케팅 차원에서 상호를 계속 사용하기를 요청해, 화승그룹에서 일시적 사용을 허용하고 로열티를 받아 왔다.

하지만 부산 지역에 일부 원부자재 납품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 업체의 피해가 우려된다.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화승에 의류·신발 등을 공급한 납품업체는 전국적으로 50여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화승 측이 어음으로 결제해 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년 동안 쌓인 어음 규모가 1000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가 어음을 남발하는 등 기업 경영보다 기업회생 절차를 미리 염두에 둔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화승과 채권단 심문 등을 거쳐 한달 이내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

서준녕 기자 jumpjump@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