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한 기사가 '소설' 논란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6일 중앙일보가 출고한 ['명절파업' 어머니 대신 '3대 독자' 차례상 첫 도전기] 제목의 기사는 7일 오후 2시 현재 네이버에서만 2천7백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이 기사는 20년 넘게 차례상을 차리던 어머니가 '파업'을 선언해 '3대 독자'가 차례상에 도전하는 내용인데, 숙모와 형수가 등장해 비웃음을 샀다. 이후 수정된 기사에도 외숙모와 외삼촌이 등장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6일 기사에서 기자는 자신을 누나만 둘 있는 3대 독자로 소개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문장에는 "어릴 땐 숙모와 형수님만 부엌을 드나들며 음식을 만들고 삼촌들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3대 독자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 뒤늦게 문제의 대목이 "어릴 땐 고모와 외숙모만 부엌을 드나들며 음식을 만들고 고모부와 외삼촌들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로 수정됐다.
하지만 이 설정 역시 어색했다.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3대 독자 설정을 살리려고 한다리 건너 사돈 관계인 고모, 고모부와 외삼촌, 외숙모가 남의 집 차례를 지내러 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외삼촌과 외숙모가 빠지고 "어릴 땐 고모가 부엌을 드나들며 음식을 만들고 고모부와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로 수정되었다.
수정은 한번 더 이뤄졌다. 기사에서 '할머니'는 부엌을 서성이며 손자를 걱정하는데, 돌연 차례상을 받게 된다.
어머니가 "조상님이 손주가 차린 차례상 받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없을 거다"라고 칭찬한 것이다.
결국 '할머니'는 "이번 설엔 외할머니를 모셔왔기 때문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차례도 따로 지냈다"는 추가 설명과 함께 외할머니로 바뀌었다.
가족과의 명절 체험 기사에서 가족이 수시로 바뀌자 댓글란에는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네" "성지순례 왔습니다" 등 연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몇 차례나 수정을 하고도 사과가 없는 것과 관련, 데스크의 태도를 문제삼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이 기사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전날 직장인 익명 어플 '블라인드'의 언론·매거진 라운지에는 '숙모와 형수님이 있는 3대 독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도대체 기사를 몇 번이나 고치는 건가?"라고 지적했고, "망신이다" "데스크가 도대체 누구냐" "웃긴 상황이다"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최경영 KBS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웃기지만 웃을 일이 아니다. 해외 언론이라면 취재원을 임의로 조작해서 글짓기하면 기자는 파면되고 언론사는 공개 사과문을 게재한다"고 지적했다.
전 중앙일보 기자 K씨도 페이스북에 "중앙일보 3대 독자 조작 참사는 아무래도 데스크가 초벌 기사에 양념질하다가 생긴 사고가 아닐까 싶다"라고 주장했다.
K씨는 "(기자가) 제 손으로 이걸 썼을 리가 없다"라며 "데스크가 손봐주면서 여성은 일하고 남성은 놀기만 했던 구습을 넣어주면 분위기 확 살 것 같은 느낌에 생각없이 넣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