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터너상을 받은 도예가 그레이슨 페리는 이 상을 받을 때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여성 옷을 입을 때 자신을 ‘클레어’라고 부르는 이 예술가의 에세이는 겉모습만큼이나 재기발랄하다.
그는 동시대 미술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위트 넘치는 문체로 풀어낸다. 서문에서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고 누구나 예술 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조차도 그러지 않는가! 예술가라는 마피아 집단은 에섹스의 크로스드레서 도예가인 나조차도 그 세계에 받아들여 주었다”고 썼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전 이사 알란 베넷의 말을 빌려 “미술관 밖에다가 ‘모두 다 좋아할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고도 했다.
1995년 개념예술가 코넬리아 파커는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배우 틸다 스윈튼이 유리 상자 속에 누워있는 작품을 전시했다. 상자 속 틸다는 잠들어 있었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관객의 행위 자체가 작품 구성요소였다. 틸다는 2013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같은 전시를 가졌다. 페리는 1995년의 전시는 예술이고, 2013년 전시는 예술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두 번째가 예술이 아니라면 그건 코넬리아 파커라는 예술가와 협업한 것이 아니기 때문인지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틸다는 예술가가 아닌 걸까?
이런 선문답을 통해 동시대 예술이 무엇인지 독자를 고민하게 만든다. 페리는 그럼에도 “동시대 예술의 경계선들은 ‘어떠한 예술이 가능한가’ 보다는 어디 또는 누구 또는 왜에 의해 그어진다”고 말한다. 정곡을 찌르는 페리의 일러스트와 함께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레이슨 페리 지음/정지인 옮김/원더박스/189쪽/1만 4000원. 조영미 기자 mia3@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