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한 중력이 모든 것을 흡수해 버리는 블랙홀(Black Hole). 중력이 빛까지 빨아들이고 시간과 공간도 완전히 뒤흔드는 우주의 이 신비한 천체를 처음으로 생각해낸 이는 18세기 영국 지리학자 존 미첼이다. 생소했던 개념은 1915년 중력과 시공간의 관계를 탐구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주목받기에 이른다. 같은 해 독일 천문학자 칼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의 난해한 방정식을 풀어내면서 현대적 이론의 토대를 마련한 뒤로 스티븐 호킹 등 여러 과학자가 블랙홀 이론을 발전시켰다.
거대한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100만~100억 배에 이른다. 만약 지구와 같은 질량의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그 크기는 탁구공의 반쪽보다도 작을 것이다. 블랙홀은 지금까지 주변 물질의 열과 빛, 에너지 입자를 통해 그 존재를 간접적으로 관측해왔다. 블랙홀을 영상으로 옮긴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 ‘인터스텔라’(2014)다. 중력에 의해 휘어진 빛이 블랙홀을 둘러싸고 마치 고리처럼 밝게 빛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과학과 상상력의 만남이 빚어낸 아름다움이랄까.
얼마 전 인류 사상 처음으로 실제 블랙홀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일반상대성이론을 100여 년 만에 증명한 쾌거로 기록된다. 전 세계 6개 대륙의 8개 전파망원경을 컴퓨터로 연결해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가상으로 구성하자는 젊은 여성 과학자의 아이디어가 주효했다. 셰퍼드 도엘레만 세계 블랙홀 관측 프로젝트 단장의 말대로 “블랙홀 관련 연구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찾았다.” 2015년 블랙홀의 충돌로 생성되는 미세한 시공간의 일렁임인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 것과 더불어 고차원의 블랙홀 연구에 탄력이 붙게 된 것이다. 블랙홀이 우주에 얼마나 있는지 알게 되면, 우주 전체 질량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알 수 있고 나아가 우주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인류는 바야흐로 새로운 인식의 문 앞에 서 있다.
흐릿한 사진 속의 블랙홀이 묘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저것은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5500만 년이나 걸리는 광막한 거리에 있다. 지금 인간의 몸을 이루는 탄소와 산소와 질소는 무한한 과거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지구상 모든 것의 근원은 저 우주로부터 온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 “상상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블랙홀이 상상에서 나왔듯, 상상력은 우리를 더 많은 진실의 곁으로 인도할 것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