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미달 논란과 부실 납품 의혹이 제기된 원전 여과배기계통 설비(CFVS) 설치 계획(본보 2018년 10월 4일 자 1면 등 보도)에 대해 한수원이 사업 백지화 또는 대규모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 설비는 원자로 내부 압력이 높아졌을 때, 방사선 외부 유출 없이 내부 공기를 빼내 원전 붕괴를 막는 기능을 한다.
성능 미달·부실 납품 논란
현재 감사원 감사 진행 중
이동용 살수차 대안 제시 등
한수원, 사업 큰 폭 수정 착수
8일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여과배기계통 설비에 대한 전면 수정 작업을 논의했다. 설치 공사 발주까지 마친 월성 1~4호기는 계속 진행하고, 나머지 원전은 해당 설비 대신 이동형 펌프차를 이용한 살수 이중화 작업으로 안전성을 높이는 안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 원전에는 해외 제조사의 여과배기계통 설비가 설치된다.
앞서 2017년 한수원은 국내 표준형 원전 12기 여과배기계통 설비 입찰을 냈고, B사가 440억 원 상당의 납품 계약을 따냈다. 설치공사비를 고려하면 원전 1기당 100억~200억 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해당 과제는 실물 제작 없이 수십 분의 1 수준의 축소품으로 성능 테스트가 이뤄진 채 완료됐다. 관련 성능 측정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상용화 수준 미달 의혹이 제기됐다. 한수원은 실물 제작이 안된 특수한 상황인데도 예외조항을 적용하며, 납품에 필요한 Q등급 자격 심사를 평균 심사기간(88일)의 5분의 1 수준인 19일 만에 마무리한 뒤 최종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지난해 말 부산환경운동연합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현재 감사 중이다. 최근 원자력안전기술원은 해당 설비를 설치해도 원전 중대사고시 방사선 피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다. 김한수·이승훈 기자 lee88@
김한수 기자 hang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