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 토렴이 비위생적? 국밥에도 스토리가 필요해!

입력 : 2019-05-21 19: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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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인 돼지국밥을 만들 때 사용하는 ‘토렴(사진)’ 방식이 비위생적이라는 한 외국인의 민원이 접수됐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부산의 ‘소울푸드’인 돼지국밥이 부산의 대표 관광상품이 되기 위해서 국밥에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인 관광객 “조리 비위생적”

부산진구·관광공사에 민원 접수

일부 식당, 따로국밥만 팔기도

전문가 “이해 부족 따른 해프닝

전통 토렴 문화 제대로 알려야”

21일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최근 대만 여행객이 서면 돼지국밥골목에서 찍은 토렴 영상이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영상에서는 뚝배기에 국물을 넣었다가 빼는 동작을 반복하며 밥알을 데우는 전통 토렴 방식으로 국밥을 만드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밥에다 국물을 여러 번 끼얹었다 다시 빼는 모습을 보고 일부 외국인들은 구청과 부산관광공사 등에 “국밥의 조리방법이 비위생적이라 조치가 필요하다”며 민원을 접수하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토렴에 대한 이해 부족은 일선 돼지국밥 음식점들의 움직임에서도 잘 느껴진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A 돼지국밥은 올해 4월부터는 아예 토렴을 하지 않고 ‘따로국밥’만 제공하고 있다. A 돼지국밥 관계자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객분들 중에도 토렴을 꺼리는 분들이 종종 있어서 취한 조치다”며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쪽으로 변신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밥집에는 아예 일반 국밥과 토렴 국밥을 별도로 구분해서 팔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토렴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라고 보고 있다. 음식문화칼럼니스트 최원준 시인은 “동남아지역 야시장에서도 토렴처럼 국수를 미리 삶아놓았다가 여러 번 육수에 꺼냈다 빼며 맛을 내는데 이를 보고 비위생적이라고 하지 않는다”며 “국밥 내 밥알의 식감을 눅눅하게 하지 않고 맑은 국물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조리법이 토렴이다”고 말했다.

부산푸드필름페스타 박명재 디렉터는 “밥이 식으면서 살짝 밥알에 균열이 생기는데 토렴을 통해 그 균열에 국물이 스며들게 돼 더욱 맛있는 국밥이 된다”며 “과거 보온시설이 부족할 때 개발된 방법이지만 현재 토렴은 제대로 된 국밥을 만들기 위한 조리과정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에게 토렴 문화를 홍보해 ‘남은 밥을 재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음식이 관광상품이 되려면 스토리가 필요한데 돼지국밥의 토렴은 부산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가능성이 충분하고 현재 그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동의대 조용범 외식산업경영학과 교수는 “토렴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돼지국밥이 제대로 된 관광상품으로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밥에 스토리를 입히고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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