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작업 지시”… 해운대 승강기 추락 사고 ‘위험의 외주화’ 사실로

입력 : 2019-05-22 19: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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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추락 사고를 일으킨 해운대구 한 노후아파트 승강기 교체 작업(본보 3월 28일 자 11면 등 보도)이 ‘위험의 외주화’ 형태로 진행된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사실상 대기업인 원청업체의 지시 아래 작업이 이뤄졌지만, 책임은 하청업체만 지는 형태로 계약이 맺어졌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승강기 교체 작업 현장의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로 T사 안전관리자 A(36) 씨와 D사 대표 B(44)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 원청업체 안전담당 등 영장

“공사 내용 사진 공유·보강 지시”

사고 책임은 하청업체에 전가

올 3월 27일 오후 2시께 해운대구 한 아파트 17층에서 교체 중인 승강기를 점검하던 D사 노동자 2명이 떨어져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승강기를 양쪽으로 고정하는 임시 고리가 벌어지면서 승강기가 추락했고, 그 위에 있던 작업자도 안전벨트를 하지 않아 인명사고로 이어졌다. 벌어진 임시 고리도 경량 골조를 매다는 데 쓰이는 것을 사용하는 등 안전 관리가 전반적으로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압수수색 등 보강 수사를 벌여 원청업체인 T사의 책임을 증명해 왔다. T사는 전국적으로 직원이 1000명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T사는 사고 당일의 승강기 교체 작업을 위해 D사와 ‘공동 수급’ 형태의 계약을 맺었다. T사는 공사에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고 실제 작업은 D사가 진행하는 형태다.

그러나 수사 결과 T사는 SNS로 D사 직원에게 작업 지시를 하는 등 사실상 ‘하도급 계약’ 형태로 공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확보한 SNS 대화 내용에는 D사 직원이 공사 진행 상황을 사진으로 공유하면, T사 측이 보강 작업 등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장 관리·감독 책임에서 원청업체인 T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T사는 계약서에 “자기가 고용한 사람에 대한 책임은 그 회사가 진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사고 우려가 큰 작업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해운대경찰서는 지난 5일 하청업자와 협의 없이 ‘갑질 계약서’를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T사의 서울 본사와 경남지역본부를 압수수색해 여러 하청업체의 법인 도장, 고무인 등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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