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한 글, 카톡 보내면 ‘유죄’ 손글씨로 전달 땐 ‘무죄’

입력 : 2019-06-18 19:19:48 수정 : 2019-06-18 21: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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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에게 원하지 않는 음란한 내용의 글을 ‘카톡’으로 보내면? 유죄다. 그러나 음란한 내용의 글을 손글씨로 써 보내는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유·무죄 달리 판단하는 게 맞다”

헌재, 위헌소원에 합헌 결정

최근 음란한 글을 보낸 수단에 따라 유·무죄를 다르게 판단하는 성폭력처벌법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가 “유·무죄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A(56) 씨는 2017년 8월 대학원을 함께 다니는 B(43·여) 씨와 함께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태워 보낸 후 아쉬운 마음에 ‘성관계를 갖지 않겠냐’는 내용의 글을 ‘카카오톡’으로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 진행된 1심은 지난해 11월 A 씨에게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 측은 즉각 항소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원을 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 대해 ‘전화·우편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만 처벌하고 다른 수단 혹은 직접 말로써 이같은 행위를 하는 것은 제외하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2016년 3월, 주거지 옆방에 거주하는 여성에게 성기를 비유한 음란한 내용을 직접 손글씨로 쓴 ‘쪽지’를 보낸 40대 남성에게 2심까지 실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기도 했다. 이유는 “성폭력처벌법 상 ‘통신매체’가 아니다”라는 점이었다.

최근 헌재는 이같은 위헌소원에 대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통신매체의 음란표현은 특정인이나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또는 동시다발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위험성이 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표현만 처벌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 씨 측은 여전히 납득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 씨 측 변호사는 “호감을 갖고 있는 상대에게 개인 카톡으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고 성관계에 대한 상대의 의사를 묻는 것이 손편지를 써 보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헌재가 우려하는 통신매체만의 음란한 글 유포에 대한 특징과 A 씨의 사례는 확연히 다른 경우”라고 주장했다. A 씨의 항소심은 현재 부산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