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롯데, 어디로 가야 하나

입력 : 2019-08-05 18:58:11 수정 : 2019-08-05 19: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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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우 스포츠부

사진은 롯데 윌슨이 3점홈런을 친 뒤 이대호의 환영을 받고 있다.부산일보DB 사진은 롯데 윌슨이 3점홈런을 친 뒤 이대호의 환영을 받고 있다.부산일보DB

롯데 자이언츠 이윤원 단장과 양상문 감독이 동반사퇴한 지 보름이 지났다. 롯데에서 새 단장과 감독 물색 작업을 조용히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 구단 측에 따르면 단장의 경우 종전처럼 롯데 그룹 내부 인사를 파견하는 방안과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외부 인사는 야구선수 출신일 수도 있고, 넓은 의미에서 ‘야구계 인사’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가장 중요한 건 새 단장이 야구는 물론 부산시민과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롯데 구단의 내부 상황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야구만 안다고 해서 ‘야도’인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의 단장이 될 수는 없다. 부산사람 특유의 기질에 바탕을 둔 팬들의 마음을 알아야 한다. 구단 직원들의 구성과 그들의 심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전혀 낯선 이가 와서 취임 후 뒤늦게 이런 사실을 새롭게 파악하려 든다면, 그 사이 시간은 1~2년 훌쩍 흘러버린다.

단장은 인맥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그래서 야구 선수 출신으로 단장 후보를 한정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오랫동안 야구를 같이 해 왔다는 동료의식 내지 의리에 묶일 수 있다. 실력과 관계없이 사람을 영입할 우려가 있다.

단장은 롯데 야구의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는 소신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투수 야구를 할지 타자 야구를 할지, 거포 야구를 할지 소총 야구를 할지에 대해 이미 생각을 정리해놓고 있어야 한다.

방향성은 팀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프로 입단 당시 강민호의 뒤를 이을 포수라는 소리를 들은 장성우를 KT 위즈에 트레이드하는 바람에 ‘포수난’에 시달리거나, 민병헌을 거액에 영입하는 바람에 정작 필요한 포수 양의지를 NC 다이노스에게 빼앗긴 게 단적인 사례다.

나아가 필요하다면 ‘부산 야구의 상징’이라는 이대호나 손아섭까지 트레이드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비난은 감수하겠다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

새 감독에 대해서는 제리 로이스터 같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려고 접촉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기존 국내의 유명 감독이나 유명 선수 출신 지도자를 데리고 올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공필성 현 감독대행을 감독으로 올리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는 롯데에서 데뷔해 롯데에서 은퇴했다. 롯데에서 지도자 생활을 오래 했고, 여러 감독 밑에서 일하며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 나이도 50대 중반이어서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다. 그만큼 롯데를 잘 아는 지도자는 드물다.

단장과 감독을 제대로 선임한 뒤 팀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그에 맞게 전력을 정비해 나간다면 3년 뒤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단순한 희망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leo@busan.com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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