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시작된 일명 ‘보이콧 재팬’ 운동이 두 달 가까이 거세게 전개되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가 불매 운동뿐만 아니라 두 나라 인적 교류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일본 내에서도 경제계의 침묵을 비판하는 등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한·일 갈등 장기화로 두 나라 국민 사이에 감정의 골과 반목이 더욱더 깊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 관광객 신규 예약 ‘스톱’
면세점 업계, 한국인 직원 감원설
항공편 취소로 ‘강제 환불’까지
지역 언론 ‘숨죽인’ 재계 겨냥
정권에 발맞춘 침묵 꼬집기도
■“예약한 비행기 갑자기 취소돼 당황”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항로가 승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대대적 감편·운휴에 들어가면서, 일찍이 비행 여정을 예약한 이들은 ‘강제 환불’ 날벼락에 울상을 짓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항공사로부터 특별한 안내도 없이 예약한 항공편이 갑자기 취소됐다”며 영문을 묻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업무차 한 달에 2~3번가량 한국을 찾는 후쿠오카 거주 일본인 여성은 “항공사에 겨우 전화해 비행편을 바꿨지만, 일정도 하루 정도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주요 노선은 갈수록 쪼그라들어 앞으로도 양국 방문객 감소 영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한국인 관광객이 빠진 자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속속 채워가는 중이지만, 한국인을 주요 고객으로 하던 항공·호텔·버스 업체 등은 직격타에 속수무책이다. 일본 업체는 “한국 외 지역에서 온 관광객도 받겠다”며 손님 유치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후쿠오카의 한국인 관광객 단골 코스인 한국계 면세점 업계는 최근 단체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면서, 한국인 직원 감원설이 나돌고 있다. 규슈에서 10년 넘게 여행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일이 진짜 없다. 보통 2~3개월 전부터 여행 예약이 들어오는데, 신규 예약이 전혀 들어오지 않으면서 9월 이후로는 일감이 다 끊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국민감정 격화에 양국 관계 더 꼬일까
두 나라 간 갈등으로 반일·반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민간 교류까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는 건 아니냐는 걱정 섞인 시선도 있다. 지난 19일 일본 홋카이도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수요 회복을 위해 여행업계 관계자 등이 한국어로 인쇄된 현수막과 각종 기념품을 들고 공항까지 마중 나가 환영 행사를 펼치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벤트 이후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일본인들의 불만이 쇄도, 불과 이틀 만에 항의 전화와 이메일, 우편물 340여 통이 빗발쳤다는 씁쓸한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권에 발맞춰 침묵한 재계에 사태 타개를 위한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서일본신문은 “한국에서 폭넓은 일본 제품이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고, 방일 여행 보이콧도 예상보다 더 확대하며 규슈 경제가 일찌감치 타격을 받고 있다”며 “한·일 어느 쪽의 여론을 자극해도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리스크 탓에, 높아지는 두 나라 국민감정이 개별 기업을 또 다른 침묵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후쿠오카/글·사진=민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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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