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배달원 조기석 씨 “수험생 오토바이 수송 봉사 30년, 지각 걱정 마세요”

입력 : 2019-11-12 19: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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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에서 30년 가까이 대입 수험생 오토바이 수송 봉사를 하고 있는 조기석 씨.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에서 30년 가까이 대입 수험생 오토바이 수송 봉사를 하고 있는 조기석 씨. 강원태 기자 wkang@

매년 수능날이면 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에는 ‘오토바이 부대’가 출동한다. 14일 치러지는 올해 수능도 마찬가지다. 10여 대의 오토바이가 양정역에서 수험생을 기다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는 30년 가까이 봉사를 이어 온 퀵배달원 조기석(50) 씨가 있다. 30년이 다 되어 가니 사실상 조 씨는 수능 오토바이 봉사의 원조 격이다.

“양정역 주변 시험장 많은데

경사로 올라가기 쉽지 않아

조금이라도 체력 아껴주고파”

올해도 10여 대 오토바이 출동

5년 전부터 딸도 함께 봉사

“수험생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조 씨가 수능 오토바이 봉사를 이어 온 이유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봉사 장소로 양정역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양정역 주변에는 성모여고, 부산진여고, 부산정보고, 부산진여상 등 시험장이 많은데 이 학교까지 가려면 상당한 길이의 비탈길을 올라가야 한다. 마을버스가 운행하지만 한참을 기다려야 해 마음이 조급한 수험생들은 선뜻 타기가 쉽지 않다. 택시를 타고 가기에도 길이 혼잡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기 쉽다. 조 씨는 “수험생들이 거의 6시간을 앉아서 시험을 쳐야 하는데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껴주고 싶은 마음에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양정역의 특성 때문인지 조 씨와 함께하는 오토바이 부대는 매년 늘고 있다. 양정역 인근의 퀵서비스 배달원, 음식점 배달원 등이 선행에 동참키로 해 10여 대의 오토바이가 운행하는데 오토바이 한 대당 최소 5명 이상, 많게는 10명까지도 수험생 수송을 맡는다.

수능생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조 씨지만 그는 학력고사도, 수능도 쳐 보지 못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낸 뒤 가정형편이 안 좋아지자 중학생 때부터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자퇴 이후 온갖 일을 하다 20살 즈음에 운전면허를 따고 배달일을 하던 중 우연히 한 수험생을 태워 준 것이 수능 오토바이 봉사의 시작이었다. 조 씨는 “저는 비록 학업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수능을 치르는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봉사는 대를 이어 진행되고 있다. 5년 전부터는 조 씨의 딸도 오토바이 서비스 안내에 동참하고 있다. 딸은 올해 이미 대입이 확정된 상태다. 조 씨는 “딸에게 힘들고 추우니까 오지 말라고 했지만 딸도 친구들을 응원하고 싶다며 이 일을 같이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조 씨의 바람은 수능으로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조 씨는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수능이 중요한 시험이긴 하지만 인생의 전부처럼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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