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저대교 연내 착공 무산 따른 부산시 책임 소재 밝혀야

입력 : 2019-11-13 19: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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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서 부실·조작 논란에 대저대교 연내 착공이 사실상 무산됐다. 환경단체가 제기한 환경영향평가서 날조 정황이 일부 확인돼, 추가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날조 의혹을 전면 부정하던 부산시의 해명과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면서 4000억 원 규모의 대저대교 건설 계획도 크게 틀어졌다. 교통량 분산을 목표로 한 서부산 일대 교통 정책도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고, 당장 착공이 늦어지면서 보상비 증액을 포함해 추가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지난주 열린 환경부 ‘거짓·부실 검토전문위원회’에서 날조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 현장 조사자가 아닌 미등록자를 평가서에 수록하거나, 물리적으로 차량 이동과 측정에 1시간 42분은 걸리는 조사 작업을 1시간 20여 분만에 끝냈다고 기술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결국 논란이 된 44개 항목 중 대기질·소음·진동의 ‘환경질’ 3개 항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 추가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추가 검증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생태계 조사에서도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날조가 이뤄졌다면 파장은 짐작하기 쉽지 않다.

직접적으로는 평가대행업체에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상황을 이렇게 악화시킨 데는 평가서 내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부산시의 책임이 크다. 시는 환경단체가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환경을 볼모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착공에 발목을 잡는다며 제기된 의혹에 전적으로 부정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정작 시는 1400쪽에 달할 정도로 자료가 방대하고, 자칫 조사 과정에서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과정에서 착수, 중간, 최종 용역보고회를 거치는 것이 상식이지만, 단 한 차례도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사업 주체인 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환경영향평가서는 대저대교 공사가 천혜의 철새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에 끼치는 생태계 영향을 면밀하게 따지는 게 목적이다. 한 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는 환경을 보호하는 마지막 장치다. 혹시라도 시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원활한 사업 시행을 위한 통과의례로 판단했다면 크게 잘못 생각한 것이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을 강행하려한 부산시의 책임을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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