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공원의 느티나무 산책로가 어느새 낙엽 길로 변했다. 내년 봄이면 다시 푸른 잎이 돋아나 햇살을 가려줄 터이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간다.
짧은 가을이 끝나고 계절은 벌써 겨울로 들어섰다. 단풍은 어느새 낙엽으로 변하고, 지리산에는 눈 소식이 들리는 초겨울, 일 년 중 여행을 떠나기엔 가장 애매한 때기도 하다.
하지만 하루에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불리는 어스름이 있듯이 11월 말도 다른 계절에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정취를 만날 수 있다.
겨울의 초입에 가족과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울산과 김해의 명소를 소개한다.
단풍·핑크뮬리… 多 있는 힐링 명소 '울산대공원'
명소로 떠오른 울산대공원의 핑크뮬리 군락지.
울산의 도시 한 가운데 자리한 울산대공원은 규모로 압도한다. 전체 부지는 364만여㎡, 110만 평으로 부산시민공원(47만㎡)의 8배에 이른다. 2005년 완공된 이후 국내 최고, 최대의 도심 속 자연생태공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지금 같은 늦가을에는 뒤늦은 단풍과 산책길에 쌓인 낙엽,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볼 수 있어 도심의 힐링 장소로 각광 받고 있다.
최근 뜨는 명소는 핑크뮬리 군락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부산, 경남 등에서 핑크뮬리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울산대공원은 워낙 넓은 만큼 입구도 총 3곳이다. 정문, 남문, 동문이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큰 호수와 풍차, 그리고 호수 옆을 따라 이어진 수변 산책로와 산림놀이시설이다.
공업로터리 옆의 동문은 마치 놀이공원 같은 분위기가 이어져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이 찾는다. 용꼬리 분수, 용꼬리 광장을 지나 연꽃연못, 잉어연못, 울산대종 등으로 이어진다.
정문과 동문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용의 발 광장과 느티나무 산책로, 자연학습원이 있어 느긋하게 산책을 하기 제격이다.
은행나무길과 메타세쿼이아 숲길은 늦가을에 찾기 좋은 숨은 명소다. 여러 줄로 곧게 뻗은 숲길 사이를 걸으면서 심호흡을 해 보자. 오감이 열리고 마음이 트이는 기분이다.
남문으로 들어가면 곤충생태관과 동물원, 키즈 테마파크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시설들이 많이 있다. 매년 5, 6월이면 이곳 장미원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
울산대공원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각 입구 쪽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것이 좋다. 1시간에 3000원.
초록 빼곡한 대숲과 노란 국화 물결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국화 축제가 한창인 태화강 국가정원.
12월 8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는 빛 축제와 다양한 공연도 열린다.
울산광역시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로 국가정원에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풍광과 잘 보전된 생태환경을 자랑한다. 10리 대나무 숲을 중심으로 계절마다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주기에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태화강 십리대숲은 태화강을 따라 옛 삼호교에서 태화루 아래 용금소까지 십리(4㎞)에 걸쳐 펼쳐져 있다.
하늘 높이 뻗은 대나무들이 겹겹이 쌓여 대숲 터널을 형성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죽림욕장에 들어서면 좌우로 빼곡한 대나무가 한겨울에도 초록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푸른 대숲은 해 질 녘에 찾으면 한층 더 낭만적이다. 노을과 함께 수십만 마리의 떼까마귀들이 한낮 먹이활동을 마치고 쉴 곳을 찾아 날아드는 장관을 볼 수 있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은 까마귀들이 질서 있게 대나무 숲속으로 날아드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십리대숲 전체를 조망하고 싶다면 십리대밭교를 건너 강 건너편 태화강전망대에 오른다. 본래 있던 취수탑에 건물을 올려 4층 높이 전망대로 만들었다. 3층에는 360도 돌아가는 회전카페가 있어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십리대밭과 태화강이 한데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와 십리대밭을 오가는 나룻배도 여기에서 탈 수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에는 요즘 국화 축제가 한창이다. 푸른 대숲, 은빛 억새뿐만 아니라 노란 국화 물결과 향기 속에서 초겨울의 정취에 취해보자.
2000년 전 가야의 러브스토리가 생생 '김해 봉황대'
김해 봉황대 정상 부근의 황세바위.
부산김해경전철을 타고 김해를 한번 찾아보자. 김해는 2000년 전 가야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문화와 역사의 도시이다. 수로왕과 허왕후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빚어낸 세기의 러브 스토리가 곳곳에 흘러내리는 이야기의 도시이기도 하다.
봉황대는 김해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해반천 옆에 자리 잡은 작은 구릉이다. 구릉은 남북으로 뻗은 봉황대와 그 남쪽 주택가에서 동서 방향으로 꺾어진 회현리 패총(조개더미), 서쪽의 가야 포구 등으로 이뤄졌다.
봉황대에는 가야 시대 황세 장군과 출여의 낭자의 아름답고 가슴 아픈 사랑 스토리가 곳곳에 스며있다. 봉황대 구릉 위쪽의 황세바위, 두 사람이 앉아 놀았던 여의좌 등은 이야기의 풍성함을 더해준다.
봉황대 남쪽 기슭의 회현리 패총 전시관과 가야포구 발굴지에서는 해상왕국이었던 가야 문화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다.
봉황대 부근에는 수로왕릉과 수로왕비릉, 수로왕 탄생 설화의 배경이 된 구지봉 등이 밀집돼 있다. 경전철 수로왕릉역과 김해박물관역을 이용하면 된다.
오는 12월 7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는 경남의 이태원으로 불리는 김해시 동상동 일원에서 ‘세계 크리스마스 문화축제’가 열린다.
강바람 맞으며 달리는 속 시원한 레일바이크 '김해 낙동강 레일파크'
낙동강 레일바이크. 국내에서 유일하게 강을 가로지른다.
김해의 새로운 관광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곳이 낙동강 레일파크다. 낙동강 레일파크의 가장 큰 매력은 국내에서 레일바이크를 타면서 강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점이다.
레일바이크의 전체 구간은 낙동강 철교부터 생림터널까지 왕복 3㎞. 육지 구간 500m와 철교 구간 1㎞를 지나면 반환점을 돌아 다시 돌아오는 방식이다.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한국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옛 낙동강 철교를 건너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산딸기를 테마로 한 와인 동굴도 또 다른 명소다. 김해시 상동면의 특산품인 산딸기로 만든 와인 두 종류와 발효식초를 저장하고 판매한다. 산딸기 캐릭터인 ‘베리’를 비롯한 조형물과 트릭아트를 이용한 볼거리, 화려한 조명시설로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레일바이크와 와인 동굴 사이에는 새마을호 열차 2량을 리모델링한 열차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1980~90년대에 실제 운행했던 기차와 좌석을 그대로 활용해 간단한 음료와 식사를 즐길 수 있게 꾸며졌다.
낙동강 레일파크는 연말을 맞아 단체 모임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의 광재 나들목을 이용하면 부산과 창원에서 승용차로 3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다.
글·사진=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