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방송되는 KBS1 '다큐 공감'은 '방우리의 어떤 인연' 편으로 시청자를 찾아간다.
▲ 자연에 둘러싸인 육지 속 비밀의 섬 방우리를 만나다
방우리 마을로 들어가기도, 방우리마을에서 나오기도 힘들다는 육지 속의 비밀의 섬, 방우리. 방우리는 금강 상류의 병풍 같은 절경을 품은 금산의 오지마을이다. 청정 금강을 끼고 금산의 끝자락에 방울처럼 매달려 있어 방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행정구역상 전라북도 안에 위치한 충청도의 마을로 옹기종기 그 흔한 구멍가게도 없고, 버스도 다니지 않는 오지 중의 오지마을이다. 방우리는 큰방우리 작은방우리가 재를 가운데 두고 나뉘어 있다. 농원이라고도 불리는 작은방우리에는 6·25 전쟁 직후 마을 사람들이 일일이 지게로 흙을 퍼 나르며 개간한 논이 있다. ‘방우리 처녀는 살 서 말도 채 못 먹고 시집을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쌀이 무척이나 귀한 마을이었다.
▲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운 오지 하지만 외로운 마을
금강에서 만나보는 흔하지만 귀한 물고기 쏘가리와 동자개를 비롯해 이른 새벽 자연이 선물하는 아름다운 풍광은 덤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자급자족으로 여전히 도리깨질을 하고 밭을 갈고 농사를 짓는 마을사람들. 부지런히 움직이면 돈은 안 되지만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다는데. 그런 방우리 사람들에게 한 가지 해결 못하는 일이 있다. 바로 의료 혜택이다. 콜택시로 무주읍까지 7㎞를 나간 뒤, 금산 방향으로 하루 2회 운행하는 직행버스를 타고 22㎞를 더 가야 면소재지에 겨우 닿을 수 있다. 주민들이 면사무소를 다녀오는 것도 꼬박 하루를 잡아야 한다. 119 구급차도 늦게 오기 십상이며 택배를 받아볼 수도 없다. 몸이 아파도 병원을 가기 힘들어 참고 살아온 까닭에 마을 주민 대부분이 팔 다리 무릎 어깨 안 아픈 곳이 없다.
▲ 방우리에서 나고 자라 팔십 평생 방우리에서 살아온 삶
방우리에 태어나 부모를 봉양하며 팔십 평생을 살아온 설재국 할아버지는 마을에서도 소문난 부지런한 농사꾼이다. 다리가 아픈 아내 김순선 할머니에게 표현은 다 못하지만 방청소에 설거지까지 이런 사랑꾼 할아버지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바로 무릎이 아파 밤마다 잠도 제대로 못자는 아내 김순선 할머니다. 새벽이면 으레 일어나 다리를 주물러 준다는 설재국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바람은 할머니가 치료를 받아 잘 걷고 아프지 않게 남은 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 오지마을이라 버스가 안 다닌게, 어르신들이 몸이 아파도 병원을 제대로 못가유
방우리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그의 친구이자 의사인 고용곤 원장이다. 엄홍길 대장은은 산을 타는 것뿐만 아니라 오지마을도 자주 걸음을 한다. 그러다 눈에 담게 된 오지마을 방우리. 엄홍길 대장은 오지마을인 방우리 주민들이 의료혜택도 받지 못한 채 고령의 노인들만 살아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방우리 마을 주민들은 병원에 한번 가려면 1박2일 여행이나 마찬가지다. 무주까지 나가야만 병원을 갈 수 있다. 그래서 마을주민들은 5일에 한번 서는 무주5일장에 나가 밭에서 거둔 푸성귀도 팔고 병원도 다녀온다. 하지만 마을주민들 평균 나이가 78세임을 감안하면 장날이고 병원이고 오가기 참 어려운 사정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엄홍길 대장이 함께 산행을 하는 친구 고용곤 원장과 함께 방우리를 찾는다. 주민들 모두가 고령의 노인들이기에 의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엄홍길 대장과 친구 고용곤 원장이 만난 의료손길이 필요한 마을주민들을 살펴보는데.....
▲ 방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의료봉사대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고용곤 원장은 즉석에서 의료봉사를 제안하고 며칠 후 병원 의료진들을 이끌고 다시 방우리를 찾는다. ‘방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의료봉사대. 주민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며 진료와 처치를 하는 봉사대의 따뜻한 손길에 주민들은 마냥 ‘고마워유’를 반복한다. 입원이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노인들은 서울로 초대해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 듯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고용곤 원장. 그 역시 팔순의 어머니가 계시기에 아픈 어르신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데. 두려움 반, 기대 반의 집중치료로 걷기도 불편한 방우리 어르신들의 인생에 종종 걸음질 칠 봄날은 과연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