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에 한동훈 검사까지 등장…검찰 출입기자에 정보 흘린 정황

입력 : 2019-12-04 08: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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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MBC 'PD수첩' 방송화면 캡처

검찰과 기자의 유착관계를 폭로한 MBC 'PD수첩' 방송에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까지 등장했다.

3일 방송된 MBC 'PD수첩-검찰 기자단'에서는 검찰 출입 기자들과 검사들의 공고한 카르텔을 추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검사와 기자들 간 통화 녹취록들이 공개됐다. 한 검사가 "한 번 봐달라"며 기사에서 자신의 이름을 삭제할 것을 부탁하자 기자는 "되는 방향으로 해보겠다"고 답했고, 실제로 이름이 삭제됐다.

또 다른 검사는 "내 이름 좀 쓰지 말라, '검찰 관계자'라고 하라"고 고압적인 태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같은 검언유착은 검찰과 언론이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검찰 출입기자들은 단독 기사를 위해 검찰이 제공하는 정보가 필요하고, 검찰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언론을 사실상 관리하면서 여론전을 펼치는 데 활용하는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한 현직 검사는 "우린 모든 게 언론 플레이다. 여론전도 해야 영장도 (잘) 나오고, 당사자들한테 압박도 된다. 당사자들을 정신적으로 무장해제 시키는 것도 된다"고 고백했다.

검찰 출입 기자들은 "다 먹고 사는 생리 구조가 검찰에 빨대 박아놓고 쪽쪽 빨아먹어야 특종하는 구조"라고 인정했다.

검찰 출입 기자였던 MBC 임현주 기자는 "검찰이 언론을 경주마처럼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문건을 예를 들어 복사해서 준다든지 전화로 불러준다든지.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불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매일 오후 3~4시가 되면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실 앞에서 기자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다가 들어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이 받은 정보들은 모두 '단독'이 붙은 채 보도되는 것이다.

수년 간 검찰 출입을 했던 기자는 "조서가 있는데 검사가 전화받는 척 하고 나가서 안 들어오기도 한다. 전화하는데 '잠시만' 하고 밖에 나가서 전화하는데 다 들린다"며 검사들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그러면서 특히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기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사법농단 수사 당시 한 검사가 수사정보를 흘린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기자가 '구모 판사를 소환조사했냐'고 묻자 한 검사는 '맞다'고 인정했고, '피의자인가 참고인인가'라는 질문에는 "수사 대상자 정도라고 보면 된다. 문제가 될 만한 문건 작성을 집적 했기 때문에 확인을 위해 조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이후 전화를 끊었으나, 한 검사는 다시 전화를 걸어 묻지도 않은 내용을 언급했다. 한 검사는 "혹시나 참고로 7월 31일 소환 통보해서 8월 1일 한 번 오셨었고 그 다음에 8월 5일 두 번 오셨다"고 밝혔다.

전화를 받은 기자는 "중요 인물 맞구나(라고 알게 됐다)"며 "이 사람은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우리가 말할 때 피의자성 참고인이라고 한다. '피의자성 참고인이었구나'라고 이제 단독 달고 쓰는 거다"라고 밝혔다. 이후 '사법농단 영장기각 옹호한 공보판사, 실은 사법농단 피의자'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갔다.

구모 판사 소환 다음날 법원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언론을 통해 구 판사가 피의자성 참고인이라는 사실을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인 한동훈 검사는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 수뇌부기도 하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한 검사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이 포함된 'JK'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화방은 앞선 국감 때 송 차장의 휴대전화 화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알려졌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JK는 조국을 의미한 것"이라면서 "조 전 장관 수사를 사실상 대검이 챙기기 위해 만든 방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검사는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한) 주요 언론 기사가 나오거나 주요 인사들이 SNS를 통해 수사와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그걸 공유하는 정도의 대화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 검찰 출입기자들 역시 검사가 먼저 연락을 해 자연스럽게 수사내용을 알려준다면서 "검찰이 너무 검찰 쪽 주장만 하는 것 같은 말을 해도, 만약에 한 번 안 쓰면 연락이 안 온다. 약간 언론 길들이기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 출입 경험이 있는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검찰도 계산하는 것 같다. 어떤 것은 보수 언론에 이야기 했을 때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질 때가 있고 어떤 것은 통신사라든지, 어떤 것은 한겨레에 흘리기도 한다"며 "수사 속보를 얻기 위해 검찰과 엄청 친하게 지내야 한다. 예를 들면 주말도 없이 검사들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 술자리도 가야 되고 등산모임도 가야 되고"라고 전했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기자들이 검사로부터 (피의사실을)받아서 기사를 쓰는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알 권리를 이야기하는데, 검사가 기소하게 되면 공소장과 재판 과정을 통해서 곧 드러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한 언론사 회장은 지인 2명과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으나 검찰에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하기도 했다.

한 검찰 출입기자는 회장의 지시에 따라 1차장검사를 찾아가 불기소를 부탁했고, 며칠 후 검사장에게 '회장과 지인 등이 불기소됐다'는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자신이 직접 브로커 역할을 했다고 고백하며 "3분의2는 (청탁이)먹힌다"고 말했다.

검사들이 언론에 잘 보일 이유도 충분했다. 일부 검사들은 자신의 비위를 다룬 기사 내용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인사철이 되면 요직에 대한 하마평을 부탁하는 연락을 먼저 취하는 검사도 있었다. 한 현직 검사는 "하마평 한 줄이 잊혀진 사람을 다시 불러오는 것이다"며 "(임명권자가 한 번 더) 쳐다보는 것이다"고 했다.

'PD수첩'은 최근 2부작으로 구성된 '검사 범죄' 편에서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수사' 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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