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소식을 들은 건 편도선염으로 바닥을 뒹굴고 있을 때였다. 씻은 듯이 나았다, 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그 순간의 감정이 병의 고통을 잊는데 도움을 주긴 했다. 혼자서 움켜쥐고 지우고 고쳐 쓰길 반복했으니 글 쓰는 데 있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할 사람은 사실상 없고 -되도 않는 잘난 척을 하려는 게 아니라, 슬프게도 사실이 그렇다- , 대신 (본의 아니게)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심사위원과 담당 기자분께 고맙다고 하는 게 맞을 테다.
딱 2020년 수상자다보니 (시킨 사람도 없는데) 절로 지난 10년을 생각하게 된다. 돌이켜보면, 아찔하다. 우리가 사는 세계란 산산 조각난 것들의 억지 집합이라는 게 이 동안 눈에 선해졌고, 세계를 이루기 위해 맺었던 수많은 약속은 빠르게 힘을 상실하고 있으며, 그래서 말하는 게 쉬워진 만큼 말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이 부스러기들 사이에서 지금 내 자리, 내 자세를 잘 지키는 건 실상 불가능하다. 나는 아찔해진 기분으로 하여튼 말을 토한다.
그래, “아찔한”이란 말이 중요하다. 정세에 휩쓸리기만 한다면, 지적인 자살에 불과하리라. 예컨대 ‘세계는 그렇게 됐다’고 말하는데 그치는 냉소적/자족적 태도, 혹은 무엇이 예쁘고 안 예쁜지만 따지려는 말들. 때가 이럴수록 우리의 발이 딛고 있는 땅의 운동을 더 열심히 파고들고 부정해야할 테다. 정세에 맞춰 몸을 아찔하게 뒤틀자. 근육과 관절에 힘을 빼고 좀 더 아크로바틱한 자세를 시도해보자. 우울에 치를 떨고 분노에 이를 갈며 그 자세를 유지하자.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나 역시 엎어지곤 한다. 그러니 이 당선 소감은 스스로에 대한 선언이기도 하다. 앞으로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약력: 1997년생. 본명 신현성. 대학원 진학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