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총선 비용… 여전히 살벌한 ‘쩐의 전쟁’

입력 : 2020-01-20 19:21:57 수정 : 2020-01-22 11: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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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혜 기자 birdy@ 류지혜 기자 birdy@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할까?

시간 투자와 정치에 대한 열정은 둘째 치고라도 무엇보다 막대하게 소요될 금전적 부담은 ‘억’ 소리가 나는 ‘넘사벽’ 수준이다.

이번 총선 출마 희망자를 보더라도 변호사나 사업가 출신으로 비교적 안정된 자산을 가진 50대 이상의 후보가 다수를 차지한다. 다양한 계층·연령·직업 등을 대표하는 이들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야 하지만 '돈 없는' 농부나 회사원, 자영업자 등은 당선자뿐만 아니라 후보군 중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여전한 '쩐의 전쟁'이 살벌한 국회의원 선거운동 현장을 살펴봤다.


기본 선거비용만 1억 3천만 원

실제론 3억~5억 원대 사용 예사

회사원 등 평범한 후보엔 ‘넘사벽’

다양한 연령·계층 국회 진입 막아


■서민후보도 기본 1억 3000만 원

부산 18개 국회의원 선거구에는 21일 현재 120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해 각 지역구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들 중 ‘평범한 서민’ 후보로 북강서을에 출사표를 던진 정의당 이의용(41) 후보의 선거 비용을 들여다봤다.

부산교통공사 지하철노조 위원장 출신으로 시세 1억 5000만 원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이 후보는 이번 선거를 치르는 데 약 1억 3000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집 한 채 더 마련할 수 있는 돈으로 선거에 나선 셈이다.

예비후보 등록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18일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이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에 기탁금 300만 원을 냈다. 4월 2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들어가면 기탁금 1200만 원을 또 내야 한다.

도시철도 화명역 인근 건물 4층에 위치한 선거사무소는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165만 원에 마련했다. 4월 15일 투표일까지 사용하니 4개월가량 660만 원의 월세가 소요된다. 선거를 도와줄 사무장과 회계담당 직원 2명에게는 일당 9만 원씩 지급한다. 건물 외벽에 400만 원을 들여 대형 현수막도 2장 내걸었다. 얼굴 사진과 간단한 공약, 이력 등을 새긴 명함도 1만 8000장 찍었다.

이 후보는 선거 예산의 60%정도인 8000만 원을 세액공제 정치후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후보자의 선관위 기탁금 일부를 정의당 차원에서 지원할 예정이지만 아직 액수가 확정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개인 자금을 쓸 생각도 하고 있다. 그는 “교통공사 직원들이 많이 지지해 준 덕분에 지난해 12월까지 1900만 원 정도는 후원금을 마련했다”면서 “앞으로 선거운동의 규모는 후원금 모금액에 달렸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가욋돈은 상상 이상

이처럼 득표율 15% 이상이면 전액 돌려받을 수 있는 공식비용이 아닌 가욋돈은 '쓰기 나름'이다. 어려운 상대를 만나 새롭게 '조직'을 구축해 가려면 10억 원도 쉽게 '날아간다'는 게 정치 바닥의 현실이다.

일찌감치 선거운동에 나선 부산의 A 예비후보는 "3억 원을 마련해 놓고 이 돈 없다고 생각하고 운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턱도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역시 열정적으로 선거운동을 진행 중인 B 예비후보는 “상대 후보가 센 편이라 최소 5억 원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선거 전략 전문가를 자처한 C 씨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비례대표 앞번호 받는 데 30억 원이라는 설이 공공연하게 회자됐다”면서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어도 당선을 목표로 할 때 공식 선거운동 14일 동안 방송 유세차량 여러 대 돌리고, 골목마다 현수막 걸고, 목소리 큰 아줌마 선거운동원 십수 명 동원하면 수억 원은 쉽게 깨진다"고 말했다. 상대가 돈을 쓰기 시작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야말로 "10억 원을 넘어서는 건 시간 문제"라는 것이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쩐의 전쟁'의 현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6일 밝힌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지역구의 경우 후보자 평균 1억 8200만 원으로, 20대 총선과 비교해 600만 원이 증가했다.

지역구 후보자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해당 선거구의 인구 수와 읍·면·동 수를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에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적용해 정해진다. 부산의 경우 선거비용 제한액은 평균 1억 7200만 원이다.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이후 제출하는 회계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선거비용 제한액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제한액보다 더 많은 돈이 쓰일 수 있다”면서도 “무분별한 후보 난립과 과열·혼탁 선거 방지를 위해 선거비용 제한액이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후보자는 당선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한 경우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안에서 정당하게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10% 이상~15% 미만 득표한 경우 절반을 돌려받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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