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크루즈선 135명 무더기 감염…초기 방역 실패 日 정부 ‘갈팡질팡’

입력 : 2020-02-11 18: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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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일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선내에서 격리 중인 여성 탑승자가 배의 출발 시간을 적은 천 조각을 보여주고 있다. 걸려 있는 다른 천 조각에는 “약물 부족(왼쪽)” “보도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11일 일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선내에서 격리 중인 여성 탑승자가 배의 출발 시간을 적은 천 조각을 보여주고 있다. 걸려 있는 다른 천 조각에는 “약물 부족(왼쪽)” “보도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 3일 밤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10일까지 무려 135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일본 정부의 초기 방역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요코하마항에서 출항한 이 크루즈선에 탑승했다가 같은 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남성(홍콩인)의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은 이달 1일 확인됐고 홍콩 당국은 2일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

그러나 교도통신에 따르면, 크루즈선 승객들에게 하선한 홍콩인의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이 선내 안내방송으로 전파된 시점은 3일 오후 6시 30분께였다.

홍콩인 감염자가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사우나와 레스토랑도 3일까지 정상 운영돼 신속한 방역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감염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일부 탑승객에 대한 검사 결과 10명이 감염된 것으로 지난 5일 확인되자 비로소 승객들을 객실에 머물도록 조치했다.

크루즈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탑승자 간 접촉을 최소화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도야마현 위생연구소의 오이시 가즈노리 소장은 “하선 후 감염이 확인된 홍콩 남성으로부터의 감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3차, 4차 감염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11일 보도했다.

크루즈선 내 감염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일본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주무 부처 수장인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10일 오전 크루즈선 탑승자 전원에 대한 신종 코로나 검사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같은 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원 검사는 어렵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또 크루즈선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일본 상륙 전이기 때문에 일본 내 감염자 수에 포함하지 말 것을 일본 언론에 당부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김경희 기자·일부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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