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비교적 낮지만 체감 공포감은 역대 최고

입력 : 2020-03-01 20: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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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코로나19 초비상
과거 감염병과 비교해 보니

1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에서 전국 각지에서 지원 나온 구급차들이 환자 이송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대구 달서구 두류정수장에서 전국 각지에서 지원 나온 구급차들이 환자 이송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한 주요 호흡기 전염병들과 비교해 코로나19가 국내에선 크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와 비교해 코로나19는 전염 속도가 상당히 빠르지만, 위험성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국민이 체감하는 공포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 실제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장 큰 편이다.

사스·신종플루·메르스와 판이

대중 교역 확대로 통제 어려워져

전파력 약한 메르스는 단기 종식

신종플루와 진행 양상 가장 비슷

치료제 아직 없어 불안감 키워

2002년 중국에서 발병해 2003년 크게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국내에 실질적인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8422명이 감염되고, 755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9.6%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감염자는 3명에 불과했고 사망자는 없었다.

사스가 국내에 퍼지지 않은 건 질병적 특성도 있지만, 당시 대중 교역량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던 것이 핵심 이유로 지목된다. 2003년 당시만 해도 대중 교역량은 지금의 4분의 1 수준으로, 중국을 오가는 국내외 인원에 대한 통제가 어느 정도 가능했던 상황이었다는 게 보건당국의 전반적인 평가다. 사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질병이다.

2015년 유행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치사율이 높고 전파력이 약하다는 면에서 코로나19와 큰 차이가 있다. 2015년 한 해에 전 세계적으로 1367명이 메르스에 감염됐다. 국내에선 186명이 감염됐고, 이 중 39명이 숨졌다. 메르스는 치사율이 20% 이상으로 파악된다.

치사율은 높지만 전파력이 약해 메르스 사태는 단기간에 마무리됐다. 그해 5월 국내 첫 감염자가 나온 뒤 7월 이후론 더 이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며, 확진자도 주로 병원 내부에서 전염됐다. 이 때문에 비교적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으며, 대신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내 전염병 대응 체계가 크게 향상됐다.

반면 메르스와 사스는 맞춤형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유행이 지나고 난 뒤 산발적으로 발병하는 수준에 머물다 보니 제약회사 입장에선 경제적 실익이 없어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09년 신종플루(H1N1 인플루엔자) 사태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오히려 사스나 메르스보다 코로나19와 진행 양상이 비슷하다. 치사율은 낮지만 확산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신종플루 치사율은 0.1~0.2% 정도로 파악된다. 2009년 유행 당시 세계보건기구(WHO)는 확진자 수 집계를 곧 중단했다. 전파 속도가 너무 빨라 집계가 무의미했기 때문이었다. 다른 독감처럼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질병으론 본 것이다.

반면 국내에선 그해 5월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비교적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다, 7월에 갑자기 확진자가 2000여 명을 넘어섰다. 결국 해를 넘기면서 확진자 수가 75만 명을 넘어섰고, 263명이 숨졌다. 2009년 8월 국내 첫 사망 사례가 나오자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공포감이 커졌다. 초등학교 등이 휴교했고, 입대 행사도 취소됐으며, 마스크 등 위생용품 사재기도 벌어졌다.

그러나 수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공포감은 줄었는데, 비교적 경증 전염병이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타미플루 등 치료제와 백신 등이 보급되면서 불안감 해소에 기여했다. 실제로 신종플루는 메르스나 사스와 달리 지금도 계속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경우 신종플루 못지않은 확산 속도를 보인다. 전 대륙에 걸쳐 8만 명 이상 감염됐다. 대부분 국가에서 아직 검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실제 확진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치사율은 중국을 제외하면 0.8% 정도인데, 발병 초기 치사율이 높게 나오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보니, 치사율은 더 내려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형태적으론 신종플루와 비슷한 면이 많다.

그러나 아직 치료제가 없다는 게 큰 차이다. 대부분 환자가 경증 증상을 보이며 대증치료로 완치가 되지만, 신종플루처럼 직접적인 치료가 안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종플루 사태 때보다 심리적 불안감이 크고, 경제가 훨씬 더 위축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낮은 치사율로 널리 유행하는 질병일수록 제약회사 입장에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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