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번째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런던에서 열린 시위. 여성 참정권 운동을 벌인 '서프러제트'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말 대신 행동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 띠를 두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 세계 여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8일(현지시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유럽부터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전 대륙에서 여성들이 시위에 나섰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뉴욕에 여성 섬유노동자 1만5000여 명이 모여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AFP통신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페미니즘 단체 회원들이 상의를 탈의하는 '토플리스'(topless) 퍼포먼스를 펼쳐 남성과 달리 여성의 유두가 성적 대상화되는 것을 비판했다.
상의 탈의 퍼포먼스 펼치는 프랑스 시위대. EPA연합뉴스.
남편에 의해 살해된 여성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하는 일부 운동가들은 '가부장제 바이러스' 등 구호를 내세우는 시위를 벌이며 남성들에 대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로 9명의 참가자가 체포되자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경찰의 폭력에 충격을 받았다며 시위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런던 시장 사디크 칸(맨 오른쪽)이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시위에 참석해 참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직접 시위 행진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은 수도 마드리드에서만 12만명의 시위대가 운집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성차별이 더 치명적이다" 등 구호를 외쳤다. 터키 이스탄불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여성을 향한 폭력과 범죄를 비판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 밖에도 독일, 벨기에, 스위스,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 코소보, 헝가리, 우크라이나,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등 유럽 전역에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시위. '페미니스트 투쟁에 함께하라'는 구호가 적혀있다. EPA연합뉴스.
하루 평균 10명의 여성이 '페미사이드'에 희생되고 있다는 브라질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페미사이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하는 범죄를 뜻한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리아 등 브라질 대도시에서 수만 명의 시위대가 모여 2018년 살해된 여성인권 운동가 마리엘리 프랑쿠 시의원을 추모하고,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을 비난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는 15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여성폭력 근절과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였고, 이에 경찰이 물대포로 진압을 시도하면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여성 대상 폭력이 끊이지 않는 멕시코에서도 여성들이 분노를 쏟아냈다. 지난해 멕시코에선 하루에 10명이 넘는 꼴인 3825명의 여성이 살해됐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멕시코 산티아고에 모인 여성 시위대. AFP연합뉴스.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여성 시위대들이 차량을 뒤집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파라과이, 과테말라 등 다른 남미 국가에서도 여성폭력과 성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펼쳐졌다.
아시아 지역 여성들도 동참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는 수백명의 여성과 남성이 모여 성희롱성 농담과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비난하고 대통령 인형을 불태웠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불타는 두테르테 모형. AP연합뉴스.
태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키르기스스탄 등에서도 여성들이 거리에 나섰다. 세계 여성의 날을 '3·8 국제부녀절'로 부르는 북한은 매년 다양한 국가 행사를 펼쳤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해서인지 대규모 행사는 없었다. 그러나 대남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여성들의 판이한 운명을 놓고'라는 글에서 "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여성들을 차별하고 천시하며 마구 학대하는 것이 제도화 돼 있다"며 "우리나라 사회주의 제도야말로 여성들의 참다운 인권이 보장되는 여성중시, 여성존중의 대화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시우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축하의 글을 올려 "'노동시간 준수, 참정권 보장'을 주장한 여성의 용기가 민주주의를 전진시켰다"며 "UN Women(유엔 여성기구)이 올해의 기조로 내건 '평등한 세대'는 여성을 넘어 모든 이들에게 평등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라크 바스라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여성인권 향상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동 지역에서는 레바논, 이라크, 파키스탄,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이 동참했고, 아프리카는 카메룬과 수단 등에서 성차별적 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