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다시 일어서는 찬실에게서 내 모습 봤죠”

입력 : 2020-03-12 18: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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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찬실이는…’ 배우 강말금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강말금은 “주인공이 자신과 많이 닮았다”며 웃었다. REVERSE 제공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강말금은 “주인공이 자신과 많이 닮았다”며 웃었다. REVERSE 제공

연기가 ‘그냥’ 하고 싶었다. 부산대 졸업 후 번듯한 직장에 다녔지만, 마음속엔 늘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걸음을 멈추고 방향을 바꿨다. 안정적인 미래 대신 가슴 설레는 삶을 살자고. 그렇게 카메라 안 세상으로 껑충 뛰어들었다. 당시 배우 강말금(41)은 서른 살이었다.

‘큰맘’ 먹고 시작한 연기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영화를 시작하고 충무로 블루칩으로 주목받게 한 첫 장편 주연작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만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최근 서울 중구의 모처에서 만난 강말금은 “배우의 꿈을 안고 지금껏 달려온 시간이 색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연기 하고 싶어 서른 살에 데뷔

10년 무명 후 첫 장편 영화 주연

‘고향 부산’의 경험 연기에 녹여

“아직 꿈 많은 신인, 계속 도전”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스틸컷. 찬란 제공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스틸컷. 찬란 제공

강말금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찬실’을 연기했다. 힘겨운 세상 속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는 인물이다. 김초희 감독은 불혹의 나이에도 삶이 힘겨운 찬실이의 오늘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강말금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나와 처지가 비슷하더라”며 “‘찬실’이를 연기할 때 내 나이도 마흔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청춘사업을 하지 못한 것도, 열심히 살았지만 커리어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들도 그랬다”고 회상했다. 그는 “찬실이의 상황, 감정들이 마음에 깊숙이 와닿았다”면서 “캐릭터가 힘든 일을 툴툴 털고 일어나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장면에선 나의 모습을 봤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직업으로 삼은 뒤에는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마트에선 무려 8년을 일했죠. 지친 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래도 지난날을 돌아보면 찬실이보다는 절망의 깊이가 덜한 것 같아요. 힘들 때 무너지지 않도록 옆에서 지켜준 좋은 분들 덕분이죠.”

단어 하나에도 힘을 실어 또박또박 전하던 강말금은 고향 이야기가 나오자 가지런하지만, 정겨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강말금은 “부산의 이곳저곳에서 오래 살았다. 지금도 편한 자리에서는 부산 억양이 툭툭 튀어나온다”며 “곳곳에 나만의 아지트가 몇 곳 있다”고 귀띔했다. 남구 용호동에서 태어나 서구 대신동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뒤 동구 수정동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단다. 그는 “대학 졸업 이후 4년 동안은 1부두 근처 무역회사에 다녔으니 30년간 꼬박 부산에서만 지낸 셈”이라며 웃었다.

강말금은 “고향에서 지낸 유년 시절과 사춘기, 성인이 된 이후 경험이 연기에 녹아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도 영향을 많이 끼쳤단다. 찬실이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일자리를 잃은 후 찬실이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장면에선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강말금은 “중학생 때 부산 대청공원에 많이 올랐다. 언덕이 가파른 곳인데 집으로 가는 길목이었다”며 “정말 많은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면 보이는 바다 모습에 화가 눈 녹듯 사라지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찬실이가 언덕을 오르는 장면은 서울 홍제동의 한 마을에서 찍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며 “어릴 적 마음은 슬펐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고향에서 경험 하나하나가 참 소중하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2007년 대학로 연극판을 거쳐 2010년 충무로에 데뷔한 강말금은 여전히 ‘꿈 많은’ 신인이다. 아직 못 해 본 장르가 더 많아 여러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단다. 그러기 위해 늘 ‘초기화’하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강말금은 “연기에 대한 호기심이 여전히 많아요. 할수록 애증과 매력을 동시에 느끼는 직업인 것 같아요. 사극도 해 보고 싶고 로맨스 연기도 해 보고 싶어요. 능숙한 부산 사투리도 자신 있으니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도 꼭 한번 출연해 보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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