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메신저인 텔레그램 상에서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해 억대 수익을 얻은 이른바 '박사방' 운영자의 범행 실체가 드러나면서 'n번방'과 '박사방'에 출입했던 이들이 처벌 여부, 텔레그램 계정 삭제, 탈퇴 방법 등과 관련한 질문 글들을 온라인에 올리고 있다.
22일 여성단체 연대체인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이 몇 달 간 텔레그램에서 발견한 성 착취물 공유방 60여개의 참여자를 단순 취합한 숫자는 26만 명에 달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따르면 구속된 박사방 운영자인 20대 조모 씨는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인 '박사방'을 통해 암호화폐를 받고 팔아넘긴 혐의를 받는다.
조 씨는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빌미로 다른 성착취물을 찍도록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물을 찍을 때는 새끼손가락을 들어 이것이 '박사'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인증하도록 했다.
이러한 사실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20일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 공개를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해당 청원글은 22일 오전 6시 현재 10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딸을 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자는 “그 방에 가입된 26만의 구매자가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이 범죄는 대한민국에서 반드시 재발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관리자, 공급자만 백날 처벌해봤자 소용이 없으며, 수요자의 구매 행위에 대한 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미국은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받지만, 우리나라는 어떤지 묻고 싶다”며 “아동을 강간하고 살인 미수에 이르러도 고작 12년, 중형 이래 봐야 3년, 5년이 고작인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어린 여성들을 상대로 한 잔혹한 성범죄의 현장을 보며 방관은 것은 물론이고 그런 범죄 콘텐츠를 보며 흥분하고, 동조하고, 나도 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며 설레어 한 그 역겨운 가입자 모두가 성범죄자”라고 비판했다. 청원자는 “나라가 아이들을 아동 성범죄자들로부터 지켜주지 않을 거라면, 알아서 피할수라도 있게,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처럼 단순 참여자에 대한 처벌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자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인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텔레그램 박사방과 N번방을 탈퇴했어도 처벌받는지 문의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눈팅'만 했음을 강조한 한 누리꾼은 “n번방뿐 아니라 파생된 다른 방에도 들어가 있는데 이건 처벌에 걸리지 않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영상은 2개 정도 다운로드 받았지만, 그 휴대폰은 버렸고 계정도 탈퇴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해 6월에 호기심으로 들어갔다가 2개월 만에 탈퇴했는데 어제 텔레그램을 보니 방이 그대로 있더라”며 “너무 불안하고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 성 착취 영상을 제작하거나 유통(판매·배포·대여)하는 경우 아동·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11조 2항에 따라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 2013년 법 개정 이후에는 단순 아동 음란물 소지만으로도 처벌 대상(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된다. 그러나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 착취물의 경우, 촬영하거나 유포하지 않고 소지만 한 경우 처벌조항이 없다.
경찰은 'n번방'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회원들도 끝까지 추적·검거 후 강력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일 ‘박사방’ 관련 브리핑에서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회원들은 전부 수사대상으로 놓고 인적사항과 범죄사실이 특정되는 대로 처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수시로 들락날락하고 대화방을 만들었다 없앴다 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특정은 안된다. 유료회원 수는 최고 많을 때는 1만명 단위, 적을 때는 수백 명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
박정미 부산닷컴 기자 likepea@busan.com